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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터널 보이지 않는 아베노믹스


지난 26일 주변국의 우려가 가득한 가운데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했다.

극우 성향의 아베 정권은 침략전쟁 부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등 전방위에 걸쳐 한국ㆍ중국 등과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7월 선거에서 참의원(상원)마저 장악하면 집단권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평화헌법 개정 등에 나설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다만 아베 정권은 당장 20년간의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경기침체) 탈출이 시급한 탓에 군국주의의 발톱을 드러낼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6일 취임 회견에서 새 내각을 ‘위기 돌파 내각’이라고 규정한 뒤 “디플레이션 탈출은 정권에 부과된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규모 공공사업 재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국채발행한도 철폐,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조정, 엔저 유도 등 각종 수단을 총동원한 아베 정권의 경기 부양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첫날부터 징조는 좋지 않다.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도중 스기타 가즈히로(71) 사무담당 관방 부장관이 갑자기 쓰러져 들려 나가는 소동이 벌어진 탓이다. 저혈압이나 저혈당 탓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꼭 사람으로 치면 노쇠해 일종의 저혈압 상태에 들어간 일본의 경제 상황을 보는 듯하다.

중앙은행에만 의지하는 경기부양책

현재로서는 돈을 풀어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베노믹스의 골격이란 게 빚을 내 미래의 소비와 투자를 미리 앞당겨 쓰자는 것에 불과한 탓이다. 그동안 자민당 정권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동원했던 수법의 재탕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과거 일본 정부가 재정ㆍ통화정책을 동시에 동원했다면 이제는 재정정책이라는 한쪽 날개는 거의 사라진 채 통화정책만 남아 있는 판이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37%로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한다. 가뜩이나 재정 건전성이 위험 수위에 올라와 있는 판에 올해 세수도 경기둔화의 여파로 3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러모로 봐 대규모 재정을 동원할 여유는 적고 통화정책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베 정권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나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통화남발로 물가가 90배나 올랐던 악몽을 깡그리 무시한 채 BOJ에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서라고 압력을 넣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으로서는 엔화약세ㆍ증시상승 등에 힘입어 경기 하방 위험을 줄이면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받는 듯 보이지만 잠재성장률 제고 등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의 거품이 꺼질 경우 내수위축 등 부작용만 남긴 채 경기가 더 침체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베의 딜레마 반면교사로 삼아야

이보다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제한 양적완화가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켜 국채 가격 급락과 투매를 부르는 상황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일본 정부의 빚 부담을 더 늘리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와 엔화가격 폭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아베 정권은 이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데도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바로 과거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하기 위한 부양책을 펴는 과정에서 포퓰리즘에 휘둘려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 원죄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한 나라를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는 관성을 갖고 있다.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 사회복지 비용 등의 증가로 재정부담이 갈수록 늘 것으로 전망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아베노믹스의 우울한 현실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한국에도 반면교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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