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정규 대회에 복귀하는 우즈는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28일(이하 한국시간) 연습 라운드와 기자회견을 통해 모습을 나타냈다.
우즈는 지난 1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스키 월드컵대회에 여자친구이자 스키 스타인 린지 본(미국)을 응원하러 갔다가 이를 다치고 말았다. 우즈의 에이전트는 그가 당시 본의 시상식장에서 앉아서 촬영하던 카메라맨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어깨에 있던 카메라에 앞니가 부딪쳤다고 밝혔지만 스키 대회조직위원회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억측을 사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즈는 "내가 스카프를 하고 있어서 그 카메라맨은 내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우즈의 플레이에 쏠리게 됐다. PGA 투어 통산 79승을 거둔 우즈는 지난해 허리 부상 탓에 8월까지 7개 대회에 나섰을 뿐이고 한 차례도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후 허리 수술을 받은 그는 새 스윙 코치 크리스 코모(미국)를 고용했고 올해 첫 대회로 피닉스 오픈을 택했다. 12월 히어로 월드골프챔피언십에 출전했지만 이벤트성 대회였고 독감 증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연습 라운드를 마친 우즈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물은 질문에 주저 없이 "드라이버 샷"이라고 답했다. 그는 "15년 전의 샷 거리에 도달했다"며 "스윙스피드가 좋아졌고 새로운 릴리스(백스윙 때 꺾어줬던 손목을 임팩트 구간에서 풀어주는 것) 방법에 적응해 거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우즈는 몇 년 동안 드라이버 샷 때문에 애를 먹었다. 허리 부상으로 거리가 줄었고 볼을 페어웨이에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전성기 우즈는 파5홀에서 2타 만에 그린에 올리거나 그린 가까이 보내 버디를 사냥하는 방식으로 우승컵을 수집했다. 2013년과 지난해 우즈의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94야드 정도였다. 15년 전인 2000년 무렵은 약 298야드. 수치상 차이가 없어 보이나 그동안 볼과 클럽 기술의 발달을 생각하면 거리가 줄어든 셈이다. 당시 2·3위권이었던 우즈의 샷 거리 순위는 2013년에는 49위로 떨어졌다. 메이저대회 통산 14승에 6년 넘게 머물고 있는 우즈에게 드라이버 샷은 위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우즈는 12월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도 보다 안정된 드라이버 샷을 보여줬다. 당시 쇼트게임에서 아홉 차례나 '뒤 땅 치기' 실수를 했던 그는 "그때는 기술적인 과도기였다"면서 "칩샷도 수천 번씩 연습을 반복했고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우즈는 피닉스 오픈을 무려 14년 만에 다시 찾았다. 30일부터 나흘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코츠데일TPC(파71·7,216야드)에서 펼쳐지는 이 대회는 매년 나흘 동안 6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는 시끌벅적한 대회다. 특히 약 2만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이 스타디움처럼 둘러싼 16번홀(파3)은 야구장이나 축구장처럼 환호와 야유가 허용돼 파티 분위기가 연출된다. 우즈가 13년 동안 출전하지 않은 것도 대회 분위기와 관계가 있다. 그는 1997년 16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1999년에는 그에게 심한 야유를 보내다 경관에게 붙잡힌 한 관중의 주머니에서 권총이 발견되는 일도 겪었다. 2001년 한 팬이 퍼트를 하는 그린 위로 오렌지를 던져 방해를 받은 후로는 발길을 끊었다. 성적은 1999년 3위와 2001년 공동 5위 등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애리조나주립대 출신 필 미컬슨(미국)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인 버바 왓슨과 리키 파울러, 맷 쿠차,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 그리고 최경주(45·SK텔레콤)와 배상문(29) 등도 샷 대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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