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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이 키운 ‘대구참사’
입력2003-02-19 00:00:00
수정
2003.02.19 00:00:00
최형욱 기자
200명이 넘는 사망 실종자를 낸 대구지하철 참사는 너무 어처구니 없고 충격적이고 참담하다. 피해자 가족들이 받았을 충격과 아픔은 물론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었다고 희망에 찼던 국가이미지도 검게 타버린 전동차처럼 먹칠을 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나 한 사람의 맹목적 보복심리가 얼만큼 큰 참사를 몰고 올 수 있는 가를 보여준 전형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잘 살게 되고 시설이 좋아졌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를 개최하고 4강에 올랐다고 금방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사회질서나 안전시스템이 이에 걸맞게 맞물려 돌아가고 국민의식도 그만큼 높아졌을 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대구지하철참사는 아직도 우리에겐 안전의식 제고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이 대구지하철은 `사고철`이다. 건설당시 가스폭발사고로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러 건 있었다. 그런데도 이에 대처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은 허점 투성이였다. 아무리 이번참사가 `정신이상자`의 방화로 인한 것이라지만 안전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으면 맞은 편에서 들어오다 더 큰 피해를 입은 전동차의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
전동차 내장재도 문제다. 지하철과 같은 거의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나면 화염보다 유독가스에 의한 인명피해가 크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지하철 전동차에는 최상급의 불연재나 난연재를 내장재로 사용토록 제작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지하철은 이 같은 추세를 외면하고 옛 기준대로 제작되고 있어 이번 대구지하철참사가 증언하듯 불이 나면 전동차가 유독가스를 내뿜는 흉기로 돌변한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회생활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대구지하철에 방화한 정신이상자처럼 사회에 맹목적 보복심리를 갖거나 엉뚱한 영웅심리에 빠진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앞을 보고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발전에 상응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확보하고 국민의식을 제고하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번사고를 거울삼아 지하철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재점검 및 확립하고 소외계층이나 불만계층에 대한 배려를 보다 철저히 해 나가야 한다.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부정부패에 의한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흉악한 범죄는 고개를 내밀기 마련이다. 누가나 이번과 같은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안전하고 투명한 사회를 건설에 앞장서는 것만이 이번참사의 교훈을 살려나가는 길이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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