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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노는 금융당국

“카드채 문제에 대해 감독당국에서는 논의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대란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내놓을 대책이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카드채 문제에 대해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들의 말은 한결같다. 모든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해야 하고 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진의 말은 다르다. 상층부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다른 얘기만 한다. 한 담당자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성격이 아닌데…. 추가조치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며 볼멘 반응이다. `왜 쓸데없는 얘기들을 하느냐`는 것이다. 현상에 대해서도 고위직과 실무직원의 입장이 다르다. 고위 간부들은 한결같이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 직원들은 `정말 큰일이다`라며 투신쪽에 카드채를 인수해라, 은행에서 지급보증을 서라고 요구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다른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소위 4ㆍ3 대책을 발표할 때 담당 간부는 “이번 조치로 카드채 문제를 확실히 잠재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실무 직원은 “죽도록 머리 싸매고 있고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달이 채 안된 지금 이 간부는 사석에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이젠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시장은 신뢰를 먹고 산다.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기업이 당장 부도가 날 듯이 힘들어도 살 수 있다는 확신만 준다면 시장은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시장에 신뢰를 심어주기에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은행이 카드사를 흡수, 합병해서 카드채가 은행채로 넘어가도, 카드사가 아무리 많은 증자를 하더라도 이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시장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위 다르고 아래 다르면 누가 믿겠는가. <송영규기자(증권부)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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