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암 4기 환자 김모(43ㆍ여)씨는 지난 5월부터 일본을 오가며 면역세포치료를 받고 있다. 원래 대장암 환자였던 김씨는 대장암 절제수술 후 암이 폐로 전이돼 오른쪽 폐를 잘라냈다. 이후 극심한 고통 속에 화학요법으로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올해 2월 종양이 다시 4개나 발견됐다. 결국 김씨는 2차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면역세포치료를 택했다. 종양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 김씨는 일반인과 같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면역세포치료 암환자 44% 증상 호전= 3기 이후 암 환자들의 희망으로 면역세포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면역세포치료란 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암세포를 살해할 수 있는 면역세포 수를 10억배 이상으로 늘린 뒤 다시 암환자의 몸에 주입해 암의 성장을 늦추거나 암세포를 죽이는 차세대 항암치료법이다. 면역세포치료법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이를 공식적인 암 치료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도쿄 국립암센터, 도쿄여자의대, 게이오대학 등 많은 병원에서 수술이 힘든 3~4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면역세포치료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면역세포치료를 실시한 곳은 구마모토의 요시다병원. 병원측에 따르면 환자의 혈액을 30㏄정도 뽑아 혈액에서 원심분리한 임파구와 NK(Natural Killerㆍ자연살해)세포를 추출, 전용 배양액에 담가 2주간 배양하면 임파구의 수는 20억~30억개로, NK세포 수는 20~30% 늘어난다. 이를 다시 환자의 몸에 주사하면 '암세포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 과정을 2주에 한번씩 6회 반복하는 것이 요시다병원 면역세포치료의 한 주기다. 20여년간 면역세포치료를 해온 요시다병원이 2003년 7월부터 2006년 2월까지 2년 7개월 동안 진행암(3기B∼4기) 환자 238명에게 면역세포치료를 한 결과 종양이 축소되거나 커지지 않은 환자가 104명(44%)에 달했다. 환자들은 보조요법으로 꽃송이버섯(일본명 하나비라다케)에 들어있는 MH-3(베타1-3 글루칸)을 함께 복용하고 있다. 물론 면역세포치료만으로 암을 완치하는 것은 무리다. 요시다 겐지 병원장은 "면역세포치료는 병원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진단받은 사람에게 권장하고 있다"며 "종양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치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비용은 한 주기에 1,200만원 정도로 다소 비싼 편이다. 물론 우리나라 암 환자가 일본에서 면역세포치료를 받는다면 항공ㆍ숙박요금 등이 추가로 든다. ◇국내에선 '의약품'으로 분류 허가규정 엄격= 국내의 면역세포치료 현황은 어떨까. 면역세포치료가 의사의 진료행위 중 하나로 인정돼 환자에게 적용하기 쉬운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인체 밖에서 배양한 면역세포를 의약품으로 분류,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드는 임상시험 등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야 치료에 쓸 수 있다. 지난 달까지 이노메디시스(폐암)ㆍ이노셀(간암)ㆍ크레아젠(신장암)ㆍ엔케이바이오(악성림프종) 등 바이오 벤처기업의 4개 품목이 식약청 허가를 받았으며 이 중 3개가 일본 기술을 도입한 제품이다. 올 2월 식약청 허가를 받은 국내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1호(비소세포성 폐암치료제 '이노락')과 3호(간암치료제 '이뮨셀'), 4호(악성림프종치료제 'NKM')는 일본의 바이오기업 메디네트ㆍ림포테크ㆍ오다클리닉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주기 치료비용이 일본에 비해 60% 이상 높은 2,000여만원 정도로 책정돼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오 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는 "식약청의 면역세포치료 허가규정이 엄격해 여러 검사항목을 추가하다 보니 일본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현재 일본에서의 초기 임상인 1ㆍ2상 임상시험 치료자료를 검토해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인 만큼 향후 진출하는 회사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이노메디시스 관계자는 "면역세포치료제 시장은 연 18%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향후 5년 안에 차세대 항암제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