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정문 공개] 지적재산권

대학가 불법 복사·배포행위 금지

불법 해독된 위성·케이블신호 수신·재배포 못해

저작권 보호 70년으로 늘리되 시행은 2년 유예

MGM 영화사의 사자 울음소리등 상표권 인정

[한미FTA 협정문 공개] 지적재산권

대학가 불법 복사·배포행위 금지불법 해독된 위성·케이블신호 수신·재배포 못해저작권 보호 70년으로 늘리되 시행은 2년 유예MGM 영화사의 사자 울음소리등 상표권 인정

이재철

기자 [e-mail]

지적재산권에 있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한미 FTA 협상에서 지재권 강화에 공을 들인 성과가 협정문 공개로 드러났다. 지재권 분야는 방대하고 전문적 내용이 많아 협상 타결 후에도 그 내용과 영향이 제대로 포착되지 못했다.

우리 측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라는 미측 요구를 수용했다. 즉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칫 네이버(Naver), 다음(Daum)을 비롯한 상당수 인터넷 사이트가 폐쇄 위협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학가에서 성행하는 불법 복제 및 배포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된다. 영화관에서 몰래 캠코더를 이용, 촬영을 시도하다 걸린 '미수범'도 법적 처벌을 받는 등 한미 FTA를 계기로 지재권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업계는 한미 FTA 지적재산권 협상 결과에 따라 가장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협정문 18장 지적재산권 규정은 "양 당사국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고 대한민국은 또한 소위 웹하드 서비스를 포함해 무단 다운로드(및 그 밖의 형태의 불법복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고, 특히 개인간 파일공유서비스에 대한 것을 포함해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집행을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네이버ㆍ다음을 포함해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가 저작물 게재시 일일이 사전에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미 FTA 발효 이후 상당한 후폭풍이 예견된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일반 통상협정은 저작물의 무단복제 및 전송을 금지하더라도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은 저작물을 사이트에서 삭제하는 수준"이라며 "미측 요구를 수용하면서 처벌 조항이 지나치게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또 국내 대학가의 교재 불법 복제ㆍ배포 행위에 대해 협정 발효 후 6개월 이내에 정부의 단속ㆍ집행 수준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특히 대학 인근에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서적 불법복제를 겨냥한 정부의 대대적 단속이 뒤따를 전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금도 대학 구내 복사업소 등을 상대로 적법한 저작물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협정 발효를 통해 정부가 추가로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화관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 상영 중인 영화의 촬영을 시도하다가 걸린 '미수범'에 대해서도 법적 처벌이 가능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실제 몰래 촬영을 한 행위에 한해 기존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를 적용, 처벌을 해왔다.

이에 대해 당초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실제 촬영이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미수범'으로 분류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영화 산업계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결국 이 같은 요구를 수용, 조만간 영화 전체가 복제되지 않았음에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협상 타결 후 정부가 사전에 발표한 바와 같이 협정문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국내법상 사후ㆍ저작물 발행 이후 '50년'에서 '70년'으로 20년 더 연장했다. 미국은 당초 저작자가 자연인이 아닌 경우 창작 후 120년까지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양국은 다만 연장 시점을 협정 발효 후 2년간 유예, 급격한 시행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로 했다.

컴퓨터 사용시 램(RAM)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일시적 복제'에 대해서는 복제권을 인정하되 '공정한 이용(fair use)'에 대해서는 이를 예외조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쳐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따라 붙었다.

냄새ㆍ소리에 대해서도 상표권을 인정하기로 해 관련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상표권 등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리ㆍ냄새 상표란 예컨대 미국의 유명 영화사인 MGM사의 사자 울음소리처럼 소리나 냄새가 특정 기업ㆍ상품의 상표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단 상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일반 상표보다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특허청에 따르면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실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소리ㆍ냄새가 상표로 등록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으며 냄새 상표의 경우 극소수의 경우에만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력시간 : 2007/05/25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