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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위인 23명 삶에서 퍼올린 좌표

■ 자크 아탈리, 등대/ 자크 아탈리 지음, 청림출판 펴냄


"허술한 쪽배를 타고 시대의 격랑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행자인 우리는,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운명의 방향을 알려줄 등대가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지성'이란 찬사를 받고 있는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가 인생의 좌표로 삼을 수 있는 23명의 위인을 소개하며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란 질문을 놓고 탐구에 나선다.

아탈리는 국가, 시대, 인종, 종교, 사상, 성별을 뛰어넘어 23명 실존 인물들의 삶이 전해주는 깨달음에 주목한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사상가부터 과학자, 예술가, 문학 작가, 종교인, 정치인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이들이 남긴 업적은 물론 그들 개개인이 삶 속에서 겪은 우여곡절과 감추고 싶은 비밀,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공자는 생전에 사람들로부터 항상 고귀한 대우를 받고 인정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공자가 여러 제후국을 떠돌며 방랑하던 시절,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옛 황제들처럼 얼굴이 크지만, 이제는 버려진 떠돌이 개"라고 비꼬았다. 공자는 그런 놀림을 받으면서도 "내가 옛 황제들과 비슷한지는 모르지만, 버려진 떠돌이 개라면 완벽하게 맞는 얘기"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지금 중국인에게 사상적 기반인 유가의 시조로 칭송되면서 '동양의 정신적 아버지'로 거듭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마찬가지다. 알렉산드로스 사망 후 분열된 그리스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탓하며 그에 대한 찬사를 거둬 들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들을 피해 아테네를 떠났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철학은 서양 사상의 받침돌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시대 등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이인들이 갖는 '결정적인 차별성'은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삶을 살았던 인간적인 모습에서 비롯된다. 자유를 갈망하고 독재 정치를 경계했지만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에서 추방 당한 스탈 부인, 우주의 원리에 대한 오늘날의 직관을 가졌으나 종교 재판으로 화형 당한 조르다노 브루노, 그리고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강조한 화법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지만 기이한 행동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았던 카라바조 등등… 아탈리는 마치 허구의 이야기 같은 23명 등대들의 삶을 분석하며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표와 영감을 통해 불안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찾으라고 말한다.

"우리를 포함한 수십 억 인류의 인생이 거대한 시간 속에서 모두 자신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아탈리의 말은 지금 같은 혼란의 시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2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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