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라살림에 10조원대 구멍(세수결손 약 8조5,000억원 포함)이 나면서 정부의 나라살림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자칫하다가는 올해에도 지난해 못지않은 세입 펑크가 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의 세입결손은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단기적 요인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다 구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세수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입부족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구조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의 대규모 세수결손은 경기침체와 정부의 과다한 세수추계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세수가 예상을 밑돌고 특히 경기에 민감한 법인세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이를 반증한다. 올해 세수목표 달성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의 성장목표치 3.9% 달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다 세계잉여금 적자로 올해 회계연도부터 정부의 현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수부족분 10조9,000억원 가운데 80%가량인 8조5,000억원이 국세수입부족에서 기인했다. 전년도에 비해서는 1조1,000억원(0.5%) 감소한 수치다.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인 지난 1998년(2조1,000억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조8,000억원) 이후 3번째다.
그만큼 지난해 경기침체가 심각했다는 얘기다. 예산 대비 세수결손은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세목별로는 법인세 감소폭이 가장 컸다. 법인세 징수액은 43조9,000억원으로 예산보다 2조1,000억원 덜 걷혔다. 전년에 비해서도 2조원 줄었다. 정부는 "2012년 기업실적 악화가 지난해 세수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예상에 못 미쳤다. 소득세의 경우 예산보다 2조원 줄었는데 종합소득세는 소폭 늘어난 반면 근로소득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3,000억원, 8,000억원 줄었다. 부동산 거래 위축에 소득세 세수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세는 다만 전년 대비로는 2조원가량 늘었다. 소비와 직결되는 부가가치세 징수액은 전년 대비 3,000억원 늘었으나 예산에 비해서는 6,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전반적인 소비부진이 부가가치세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증권거래세 감소도 눈에 띈다. 주식시장 불황으로 거래가 줄면서 증권거래세 징수액이 전년보다 6,000억원, 예산 대비 1조5,000억원이나 줄었다.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정부의 세수 과다추계에서도 기인한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세수를 6조원가량 감액했지만 이마저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 당시 세수부족의 심각성을 확실하게 공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가 좋아질 것을 기대해 6조원 감액에 그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다. 정부의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21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201조9,000억원)보다 16조6,000억원 많다. 성장률 3.9%를 달성하더라도 쉽지 않은 목표다.
또 정부의 현금출납에 해당하는 세계잉여금이 8,000억원 적자여서 정부는 이만큼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 올해 살림살이를 시작하는 셈이 된다. 통상적인 불용예산 3조~4조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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