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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2년] 부실상처 완전치유까진 아직 먼길

그러나 불행하게도 금융기관의 수술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국민은 아직도 은행산업의 구조적 취약점에 대해 걱정하고, 어떤 금융기관이 망할 것인가를 염려하고 있다. 부실기관을 솎아내는 작업을 벌여왔음에도 예금이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현실은 「시장원리」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다.◇대마불사의 신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99년 12월 9개 종금사 영업정지로부터 시작된 금융기관 수술작업은 이후 나라종금 영업정지에 이르기까지 한없는 퇴출과 합병작업을 벌여왔다. 부실금융기관의 상징물로 변한 종금사는 97년 31개에서 현재는 9개(영업정지중인 나라종금 포함)만 남았다. 은행의 「불사(不死)신화」는 이미 깨진지 오래. 5개 은행이 퇴출됐고, 합병을 통해 정리된 은행도 5개에 달해 10개 은행이 사라졌다. 세금먹는 하마로 인식됐던 제일은행은 1년여의 시간끝에 뉴브리지에 매각됐고, 서울은행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찾는 지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없는 구조조정 과정속에서도 대마불사의 신화는 변하지 않았다. 5개 지방은행이 한꺼번에 날라갔음에도 제일·서울은행은 엄청난 혈세를 먹어가며 살아났다. 부실덩어리였던 대투·한투는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속에서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회생했다. 자연스런 시장원리를 강조한 정부의 방침과는 배치되는 셈이다. 어쨌든 이런 과정속에서 당초 64조원으로 책정됐던 공적자금은 지난해말로 모두 소진됐다. 남은 구조조정 작업은 부실채권 매각과 회수된 공적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이 자금을 20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같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행해야할 구조조정의 과정은 산적해 있다. 지난해 세계최대 규모의 워크아웃으로 기록된 대우사태로 인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또한번의 부실망령에 시달리게 됐고, 지난해 결산에서 은행들은 또다시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여파로 나라종금이 영업정지에 들어갔고, 나머지 금융기관들도 벌써부터 2차 구조조정 작업을 우려해 하루살이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목전으로 다가온 2차 구조조정 작업= 요즘 금융가의 핵심은 2차 구조조정 작업에서 누가 합병대상에 들어설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짝짓기 명단까지 공공연하게 흘러다니고 있다. 은행의 경우 나름대로 DR(주식예탁증서)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금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부실의 후유증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 정부도 이점을 고려해 은행권의 2차 구조조정 작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방안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우회적 합병방법은 그 틀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경우 대형 선발은행간 짝짓기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투신권도 마찬가지. 금융권은 환란이후 구조조정 작업의 최대 복병중 하나로 인식되는 시가평가제 실시를 기다리고 있다. 그 직격탄은 투신사로, 소형증권사들은 도태의 길을 걷거나 자연스런 합병의 길에 들어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금융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차 금융개혁은 소프트웨어 수술= 정부는 최근 발표한 2단계 구조개혁중 금융부분의 목표중 하나로 「시장 인프라 확충 및 경영관행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소프트웨어적 개혁」을 꼽았다. 정부 방침대로 금융산업은 이제 「하드웨어 진행형, 소프트웨어 발돋움」이라는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는 게 사실. 하드웨어가 시장의 원리에 의한 자연도태의 길로 진행된다면 소프트웨어는 금융기관 스스로의 자정노력 못지않게 정부의 리더쉽이 강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소프트웨어 변혁은 우선 금융기관의 겸업화·대형화가 한 테마다. 올 1월17일 시작된 금융기관간 제한된 겸업화는 그 첫 시도였다. 여기에 금융지주회사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경우 금융인들의 의식과 관행의 변화도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일등공신 증시= 국민의 정부 2년간 증권·투신부문은 어느 분야 못지않은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주식시장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조기극복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채권시장 마비로 빈사상태에 허덕이던 기업들이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었던 투신부문은 「2·8환매」등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곡예를 거쳐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지난 2년동안 증권·투신부문은 썩은 피를 뽑아내고 새로운 피를 수혈받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코스닥시장의 급팽창이 주목할 만하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육성책에 힘입어 시장규모가 거래소시장을 추월할 정도로 급속히 커졌다. 국민의 정부 출범시 103포인트였던 코스닥지수는 현재 250포인트를 넘고 있고, 시장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가총액은 7조6,000억원수준에서 100조원으로 10배이상 급성장했다. 330개사에 불과하던 등록기업수도 지난 한해동안 160개사가 쏟아져 들어와 현재 460여개사를 넘었고, 올해도 200개사이상이 대기중이어서 거래소 상장기업수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거래소시장은 최근 코스닥시장에 밀려 주춤하고 있으나 활기찬 2년간 이었다. 지난 97년말 376포인트까지 추락했던 종합주가지수는 현재 1,000포인트를 넘나들 정도로 급상승했다. 2년동안 기업 재무구조개선의 젖줄로서 그 소임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만 하다. 무엇보다 지난 2년동안의 성과중 손에 꼽히는 것은 투신부문의 개혁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잠복해있던 투신부실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켜 큰 혼란없이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는 3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부실요인을 없애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투신부문은 질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시장의 침체문제가 또 다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투신의 부실요인들이 모두 제거됐다고 할 수 없고 전면적인 채권시가평가제 실시도 점차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서민금융기관은 속수무책 상호신용금고·신용협동조합 등 지역금융기관들은 올해 은행·보험·종금사들보다도 더 큰 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자보호제도 축소를 앞두고, 돈은 작고 이자를 많이 주는 지역 금융기관에서 빠져나와 크고 튼튼한 곳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다.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을 방치해 두면 버틸 수 있는 서민금융기관은 한 곳도 없는 게 부인키 어려운 현실. 정부는 지방 금고들이 자율적 합병과 인수를 통해 지방은행으로 전환하거나 서민금융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특화된 전문금융기관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말만 믿고, 자기 돈을 맡기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 그만큼 서민금융기관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임석훈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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