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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너지 쇼크' 일파만파

폭락 이틀전 '2억달러 담보대출·8억만주 공매도' 주가조작 의혹


그림자금융 의존 높아 재정 최악

대량주문으로 30분 만에 47%↓… WSJ "위장거래 가능성" 지적

"中 증시 투기성·규제능력 부실"… 전문가들 붕괴 원인 한 목소리

악재 잇따를땐 거품 붕괴 우려


주가가 하루 만에 47%나 폭락하며 홍콩증시를 뒤흔든 중국 하너지그룹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주가 폭락 직전에 대주주가 거액 대출을 받은데다 대규모 공매도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증시에 이 같은 악재가 잇따를 경우 급격한 거품 붕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허쥔 하너지그룹 회장이 하너지박막발전(HTF)의 주가 폭락 이틀 전 2억달러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리 회장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하너지 자회사의 하너지HTF 주식 7억9,500만주를 담보로 중국 국영금융 업체 화롱자산운용으로부터 2억달러를 차입했다. 당시 7억4,700만달러 가치로 산정됐던 주식은 이틀 후 반토막이 났다. 대출이 늦었다면 담보주식 가치는 3억달러 정도에 그치며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대출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FT는 지난 5월 왕젠린 다롄완다 회장을 제치고 중국 제1 부자에 오른 리 회장이 지분 파킹의 성격이 강한 버진아일랜드 자회사 소유 주식까지 담보로 제공하며 대출을 받을 정도로 하너지의 재정상태가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악화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하너지는 지난해부터 모두 네 차례나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다.



중국증시 안팎에서는 그림자금융 의존도가 높은 하너지의 재무구조가 당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타격을 받으며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하너지가 급격하게 성장한 데는 빠르게 공급된 유동성이 큰 힘이 됐다"며 "정상적인 금융활동으로는 하너지의 유동성 흐름을 받쳐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리 회장이 주가 폭락 전 하너지HTF 주식을 공매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 회장은 주가 폭락 이틀 전인 18일 7억9,600만주를 공매도했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미리 주식을 팔고 일정시점 이후에 결제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리 회장이 주가폭락을 미리 알고 공매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특히 앞서 FT가 전한 담보대출과 공매도의 수량이 일치해 담보대출과 공매도가 서로 연결돼 이뤄졌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너지HTF의 주가 폭락이 2010년 불법적 거래로 다우존스지수가 5분 만에 999.5포인트나 폭락한 '플래시 크래시(갑작스러운 붕괴)'와 유사한 주가조작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는 하너지HTF의 주가가 단 몇 건의 대규모 매도주문으로 30분 만에 47%나 하락했다며 매수자들을 속이기 위한 스푸핑(spoopingㆍ위장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매도주문에 매수 대기자들이 겁을 먹고 주문을 철회해 결과적으로 소규모 매도 주문이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너지HTF의 폭락으로 6.80홍콩달러에 42만6,000주나 쌓여 있던 매도주문 중 단 두 거래만 체결되며 매수호가는 3.45홍콩달러로 떨어졌다.

중국 증권 전문가들은 하너지HTF의 주가 폭락에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증권시장의 투기성과 미흡한 규제능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너지HTF·골딘 등 최근 주가가 폭락한 기업들은 지난 1년간 상승률이 600~1,000%에 달할 정도로 투기성이 강했지만 감독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특히 이들 기업의 지분이 대주주에 65~75%가량 몰려 있다 보니 유통주식 수가 적어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으로 급등했음에도 규제당국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로널드 완 아시안캐피털홀딩스 중국사업 부문 대표는 "하너지와 골딘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음에도 투자자들은 주가만 보고 덤벼들었다"며 "선전증시에 상장된 상당수 기업들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시행 예정인 선강퉁(홍콩과 선전증시의 교차거래)이 가뜩이나 뜨거운 선전증시 과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국증시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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