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 차녀 이숙희씨와 삼성그룹 집안 며느리 최선희씨가 "상속 재산분을 돌려달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 소송에 대한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첫 재판에는 이맹희씨나 이 회장 등 당사자는 오지 않고 소송 대리인만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 24일 유럽 출장에서 귀국한 뒤 소송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재판 일정에 맞춰 귀국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이맹희씨도 계속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소송대리인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일정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은 권리가 소멸되는 기간), 이 회장이 보유한 이른바 차명주식의 성격을 놓고 첫날부터 팽팽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최초 침해가 발생한 지 10년 이내, 침해를 당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다.
제척기간에 대해 이맹희씨 측은 원고들의 상속회복청구권이 침해당한 최초 시점은 지난 2008년 12월31일 이 회장이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단독 명의로 변경했을 때며 권리 침해를 안 시기도 지난해 6월 이 회장 측에서 이맹희씨 등에게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에 도장을 찍으라고 문서를 보내왔을 때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 측은 선대 회장이 타계한 1987년 직후부터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단독으로 차명주식을 관리했으며 이 시점부터 소송이 제기된 때까지 10년이 훨씬 지났으므로 원고들이 상속회복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명주식의 성격에 대해 이맹희씨 측은 이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는 주식은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회장 측은 상속 받은 차명주식은 이미 처분했으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명주식은 이 회장이 따로 구입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이맹희씨는 2월12일 "선대회장의 법정 상속지분을 이 회장이 단독명의로 변경했다"며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가 청구한 내용은 이 회장 보유의 삼성생명 주식 824만여주와 삼성전자 보통주ㆍ우선주 각 10주씩, 1억원이다. 이맹희씨는 또 삼성에버랜드 보유의 삼성생명 주식 100주 역시 청구해 총 소가는 7,100억원대다. 이어 이숙희씨, 최선희씨가 이맹희씨와 같은 내용의 소송을 내며 합류해 이번 소송은 1조원대의 법정다툼으로 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