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만 보면 사실 철새라고 부를 만한 정치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의원의 경우 14·15대 총선에서 경기 광명에서 당선된 뒤 경기지사를 지낸 후 한나라당을 탈당, 범여권에 합류해 18대 총선에서 성남 분당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또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는 경기 수원 팔달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정세균 의원도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4선을 지낸 뒤 서울 종로로 이동했다. 천정배 전 의원 역시 경기 '안산을'과 '갑' 지역구에서 4선을 지낸 뒤 서울 송파을에서 낙선해 광주로 내려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광주 출마를 위해 지역에 사무소까지 오픈한 기동민 후보를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동작을에 공천하지 않았느냐"며 "지역을 중심으로 철새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기준이 모호한 면이 있고 정치공세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이나 당적을 바꾸면서 철새라는 딱지가 붙은 정치인은 혹독한 정치적 파고를 견뎌내야만 했다. 386세대로 정치적 장래가 유망하던 김민석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대선후보 간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 정몽준 후보 측의 '국민통합 21'로 이적해 김민새(김민석+철새)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만 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원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원외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인제 의원도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 이후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을 거쳐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변경하는 등 수많은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신한국당을 탈당해 국민신당을 만든 후로는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서울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곧바로 부산 북구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지만 오히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얻었다"며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확보해서 따라붙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는 유권자들의 심판에 의해 갈리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소모적인 철새 논란을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