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1~2년내 상장은 무리”
“재상장 올해도 못하는 건가요”
팬택이 퀄컴으로부터 26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올해 팬택의 재상장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상장은 내년(2013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어 증권가에서는 연초부터 재상장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었다. 장외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주당 230원 안팎에 머물던 주가가 최근 3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퀄컴 자금 유치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완료된데다 퀄컴이 단일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지분율 13.49%)을 확보하면서 재상장 준비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소액투자자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마당에 팬택이 연내 재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없지 않느냐”며 “올해도 재상장이 미뤄진다면 6년 넘게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들고 있는 셈”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팬택은 1997년 상장했지만 경영 악화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지난 2007년 4월 상장 폐지 됐다. 2006년 10월 초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시가총액은 합쳐서 9,000억원에 육박했으나 워크아웃 직전인 2007년 3월에는 1,6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 상장폐지 이후 20대1의 감자와 수차례 출자전환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출자전환 등으로 발행주식수는 삼성전자(1억4,729만주)의 12배에 달하는 17억6,377만주로 불어났지만 전일 장외시장 종가(250원)를 곱할 경우 시총규모는 4,424억원에 불과하다.
박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 차례 재상장 계획을 밝혔으나 번번히 미뤄졌다.
채권단 역시 1~2년내 재상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도 재상장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현재의 재무상태나 실적으로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며 “지금으로선 1~2년내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팬택은 지난해(3ㆍ4분기 누적) 매출액 1조7,695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9%, 97.8% 줄어든 규모다. 특히 지난해 3ㆍ4분기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서면서 영업이익률도 2011년 8%대에서 지난해 0.2%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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