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예멘의 쿠데타가 가뜩이나 정전불안을 겪고 있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전 세계 경제와 정치 분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28일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최근 예멘은 주요 산유국이 아님에도 세계 시장 및 안보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며 "중동지역을 넘어 글로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보도했다.실제로 이슬람 시아파인 무장세력 후티가 주도한 예멘 쿠데타가 자칫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라아비아와 이란 간 대리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모두 주요 산유국인데 마침 미국과의 관계를 놓고 앙숙인 양국이 각각 증산경쟁이나 핵협상 등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예멘 쿠데타가 이들의 대리전으로 이어지면 앞으로 국제석유시장은 물론이고 국제안보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빚어질 수 있다. 후티는 이란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는 단체로 이번 쿠데타로 사우디의 북부 국경지대를 장악했다. 지난주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의 타계로 왕위 이양작업이 한창인 사우디로서는 최대 적대국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가 자국의 턱밑까지 들어오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설립자는 "압둘라 전 사우디 국왕이 예멘과 관련해 인내심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새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는 좀 더 (강경한) 매파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방송은 "후티 반란은 이란의 다각적인 지원 아래 이뤄졌고 이는 예멘을 수니파와 시아파 간 전쟁터로 만들 개연성이 높다"며 "예멘이 소말리아식 내전 위기에 직면한 것은 물론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리전의 전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예멘 사태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테러전 수행에도 악재다. 예멘을 근거지로 둔 무장단체 '알카에다아라비아반지도부(AQAP)'는 알카에다 지부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달 초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샤를리에브도' 테러의 배후로도 거론된 AQAP는 중동 내 새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이라크·시리아의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달리 '서구권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주된 임무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미국은 예멘에 지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4억달러(약 1조5,173억원) 상당의 군사·경제적 원조를 진행하는 등 AQAP와의 대테러 작전을 수행해왔다. CNBC는 "(친미 성향의) 하디 정부는 AQAP에 대한 많은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며 "(쿠데타 이후) 정부 기능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BBC방송은 "예멘의 혼란은 사우디에 두통과 같고 미국의 대테러 전략에도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걸프지역 석유운송의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이자 예멘의 최대 항구인 에덴항이 폐쇄된 것도 이 지역의 정정불안을 극대화하는 변수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데스먼 중동지역 전문가는 "예멘은 홍해와 아덴만에서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이해를 가진 곳"이라며 "이 지역의 지배는 중동은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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