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롭게 열리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을 위한 플랫폼을 선보이며 생태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경쟁에서 밀린 것을 IoT 플랫폼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이 스마트폰에서 IoT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oT 월드' 첫날 기조연설에서 IoT 플랫폼 아틱(Artik)을 공개했다. 아틱은 각종 IoT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반도체 칩셋으로, '아틱 1'과 '아틱 5', '아틱 10' 등 3가지 모듈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 아틱을 몸에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서부터 홈 자동화 기기, 드론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기기를 섭렵하는 IoT 중심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는 구글과 애플에 주도권을 뺏겼지만, IoT 분야에서는 반도체 기술을 앞세운 '아틱 패밀리'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아틱에 기술력을 결집했다. 가령 '아틱1'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2㎜인 손톱 크기의 초소형 IoT 모듈로 블루투스와 저전력 블루투스(BLE), 9축 센서를 결합했다. '아틱 5'는 드론과 홈 허브(Hub), 웨어러블 기기를 지원하는 모듈이고, '아틱 10'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홈 서버,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앱) 등과 연동할 수 있는 모듈로 비디오 인코딩과 디코딩, 오디오 기능 등이 담겼다.
결국 IoT 개발자들이 어떤 기기와 제품을 만들든, 사용자가 기업이든 소비자든 아틱 패밀리로 해결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손 사장은 "개발자들이 삼성의 최첨단 반도체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아틱을 활용한다면 효과적으로 혁신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부가 가치 창출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아틱은 IoT의 고질적인 약점을 다방면에서 보완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보안 위협과 해킹을 방지하는 보안 솔루션을 지원한다. IoT 소프트웨어와 방대한 크기의 클라우드 저장 기능, 저전력 아키텍처(설계 구조) 등을 통합해 차별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아틱은 삼성전자가 그 동안 낮은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는 '생태계 조성' 부분에서 IoT 만큼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를 따라 잡는 성과를 보였지만, 스마트폰 같은 제품을 제조하는 것 만으로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모든 산업과 융합될 메가 트렌드인 IoT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이 했던 것처럼 플랫폼을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해 이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틱의 앞길이 순탄치 만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텔, 퀄컴 등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인텔은 이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서 단추 크기의 초소형 칩셋 '큐리' 모듈을 발표하며 업계의 박수를 받았다. 삼성이 선두업체와 어떤 승부를 펼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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