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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저성장 시대와 기업의 상장 동기

안상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코스피지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가증권시장의 기업공개(IPO)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몇 년간 IPO 공모시장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다른 재미있는 현상을 한 가지 볼 수 있다. 대주주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형태(구주매출)로 공모하는 기업의 비율이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14%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그 비율이 50%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구주매출을 중심으로 진행한 기업이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과거 신주 발행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공모주시장이 구주매출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되는 모습이다.

IPO 공모 형태에는 신주를 발행해 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모집' 방식과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매출' 방식이 있다. 기업이 자금수요가 많은 경우에는 대체로 모집을 한다. 이와 달리 매출은 대주주가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으로 자금조달과는 무관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 구주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은 국내 기업이 성장 한계점에 도달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해석에 앞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추이를 살펴보면 구주매출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0% 수준에 육박하다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3.3%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역시 4%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자금수요가 감소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뜻이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외부감사 대상 법인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 가능성이 있는 194개 기업을 대상으로 IPO 동기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자금조달 목적이 42%를 차지했지만 경영권 승계(21%) 및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자금 회수(15%)를 꼽은 기업의 비중도 꽤 높았다. 자금조달 외에 경영권 승계와 투자자금 회수가 주요한 상장 동기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의 IPO 기업 6개 중 4개가 구주매출 중심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금액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 모집액의 80% 수준이다.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신주모집만 한 기업은 1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5곳은 경영권 승계, 투자자금 회수가 주요 상장 동기였다. 이들 기업은 모두 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기업이 IPO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구주매출을 선택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금 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IPO를 추진하는 동기와 함께 방식도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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