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이 알래스카까지 진출한 까닭…
아프리카 피로 물들인 다이아몬드 전쟁…
역사 뒤흔든 소금 - 모피 - 보석 - 향신료 - 석유
다면적 접근·백과사전식 기록으로 정보 전해
상품에 얽힌 우리 역사도 함께 담아
#세계의 문명은 이것이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꽃을 피웠다. 1만 년 전에 생긴 인류 최고(最古)의 도시 예리코가 사해 바다 인근에서 융성한 것 또한 우연은 아니었다. 이것은 다윗 왕 시대 히브리 왕국과 로마 제국의 부흥과도 관련이 깊으며, 9세기 당나라에서 일어난 농민 봉기인 황소(黃巢)의 난과 18세기 프랑스 혁명, 19세기 인도 간디의 무저항운동은 이것에 매긴 과도한 세금에 반발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너무 귀해 '흰색의 금'으로 불렸던 이것. 바로 소금에 관한 이야기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 서부가 개발된 것은 모피 사냥 때문이었다. 모피가 16세기 중세의 사치품으로 인기를 끌자 서유럽 모피 동물이 멸종 위기를 맞게 됐고 사람들은 모피를 찾아 영토를 넓혀 갔다. 특히 시베리아는 비버·검은 담비·북극여우 등의 모피를 쫓아 유입된 러시아 상인들에 의해 하루 평균 약 100㎢의 속도로 개발·점령됐다. 분별없는 사냥으로 시베리아 모피 동물들마저 자취를 감추자 러시아 상인들은 18세기 베링 해협을 건너 알래스카까지 진출했다. 그곳들은 모두 러시아의 영토가 됐고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러시안 아메리카'라고 불렀다.
코트라에 22년 동안 몸담으며 세계 곳곳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달러 이야기' 등 수 권의 책을 저술한 저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전공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상품들의 이야기를 파고든다. 저자는 상품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거대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그 사실을 간과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셀 수도 없이 많은 상품 중 세상을 뒤흔든 다섯 가지 상품-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을 골라 다면적 접근을 시도한다. 일정한 관점 아래 서술하기보다 개별 상품에 얽힌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백과사전식으로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각 상품에 대한 여러 역사와 경제적 의미를 흥미롭게 전해준다.
책이 기존에 출간된 문명사·문화사 서적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상품에 얽힌 우리 역사를 따로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모피의 경우 고조선의 주된 무역품 중 하나였다. 고조선은 일찍부터 활이 발달해 몰이 사냥에 능했고, 백두산 인근 험준한 산악지대 덕분에 호랑이·범 등 모피 동물들이 많이 살았으며, 날카롭고 단단한 흑요석 도구를 구할 수 있어 이 모피를 즉석에서 손질할 수 있었다. 실제 기원전 7세기 중국 제나라 정치가 관중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관자'에는 "발조선(發朝鮮)에서 생산되는 범 가죽은 금같이 귀하니 천금을 지불해야, 8천리나 떨어진 곳에 있는 발조선이 거래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고조선의 모피 무역에 대해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밖에도 다이아몬드로 대변되는 보석의 경우 이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과 거래, 정치, 피를 부른 전쟁 등으로 아프리카의 역사를 뒤흔든 상품이다. 후추로 대표되는 향신료는 신대륙 발견이라는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를 가능케 한 대표적 상품이며, 석유는 근현대사의 명암을 가른 상품으로 에너지 패권을 잡고자 하는 미국·중국·러시아의 현재를 되짚어보기에 적합하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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