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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6> 조직의 부패 방지

가장 큰 권력 쥐고 있는 집단이 제일 먼저 부패로 얼룩지는 법

세상 바꾸려면 위부터 개혁을


옛날 옛적에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매일매일 국사에 시달리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외국 사신이 이 사실을 알고는 앵무새 한 마리를 선물한다. 이놈이 참 신통방통하다. 온갖 재롱을 다 떨면서 스트레스를 확 날려보낸다. 이제 업무가 끝나기만 하면 가장 친한 친구는 이 앵무새다. 그러던 어느 날 동틀 무렵 새벽에 '푸르륵'하고 날아 가버린다. 왕은 비탄에 잠긴다. "여봐라, 그 앵무새를 찾아오는 자에게는 원하는 대로 상금을 주겠노라! 전국에 방을 붙여라!"

깊은 산 속에 은둔하면서 살고 있는 노인이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느지막한 시각에 '푸르륵' 앵무새 한 마리가 찾아든다. 이내 노인과 친구가 된다. 하루는 노인이 장터에 내려간다. 그러다가 방이 붙어 있는 것을 본다. 그 길로 집에 가서 그 앵무새를 들고 임금님께로 간다. 수문장이 길을 가로막는다. "임금님께 이 앵무새를 바치러 갑니다." 조상착의를 비교해보니 맞는 거다. "영감, 나중에 상금 타면 반은 나한테 내놓아야 해!" 어쩔 수 없이 "네"라고 답한다. 이번에는 경호실장이, 그리고 이어서 비서실장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다 예스다! 아니면 통과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님은 감격에 눈물까지 흘리면서 영감에게 묻는다. "그대가 원하는 상금은 무엇인고?" "곤장 백대만 때려 주십시오!"

몇 해 전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세계 51등으로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때 동률을 차지한 나라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다.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너무나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다. 이 상태로 두고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부패가 적은 나라들은 어김없이 선진국들이다.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미국·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김영란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시킬 이 법은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전망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 적용대상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누구든지 뇌물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모두가 법적 처벌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집행이 어려워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그 수많은 사람들이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 법에 적용받지 않는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모든 선출직이 김영란법에서는 예외다. 이유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업무 성격의 특수성 때문에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미권에서 장교를 육성할 때는 솔선수범을 그 으뜸 덕목으로 삼는다. 소대장은 "돌격 앞으로!"를 뒤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제일 앞으로 뛰어 나가면서 그 구호를 외친다. 왜 그럴까. 그래야만 다들 따르기 때문이다. 소대장은 뛰어 나가면서 제일 졸병에게 임무 하나를 부여한다. 소대장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거나 뒤로 도망쳐 오는 겁쟁이는 총으로 쏘라고 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어떤 조직에서 가장 부패하기 쉬운 부서는 어딜까. 구매부서도, 인사부서도 아니다. 그 조직 내에서 가장 힘센 부서가 가장 부패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바로 힘 있는 곳에서부터 혁신이 일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가 부패지수가 그토록 높은 것은 바로 힘 있는 사람들이 부패하기 때문이다. 부패만이 아니라 어떤 개혁적 조치도 성공하려면 위에서부터 변해야 한다. 만약에 2,000만명을 대상으로 부패를 감시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 있는 자리 2,000명만 확실하게 깨끗해지면 전체 사회는 맑아진다. 상관이 일체 뇌물에 관심이 없는 데도 밑에서 부패할 수 있을까. 그렇게 간 큰 부하가 몇 명이나 될까.



뇌물을 받은 사람도 반드시 잡히게 돼 있다. 준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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