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월 단위로 주가지수를 예측하는 문제를 놓고 ‘고(GO), 스톱(STOP)’고민에 빠졌다. 현재 많은 증권사들은 월 단위로 국내외 증시와 업황의 흐름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한 달 동안 코스피 지수의 하단과 상단을 예상하는 지수밴드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달의 경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나면서 월간 지수밴드의 정확성이 무참히 무너졌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들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잇따라 내놓은 ‘8월 전망 보고서’에서 코스피 지수가 1,800~2,0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했다. 일부 증권사는 1,920~2020포인트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들어 악재가 터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 17일 1,638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시장을 낙관적으로 분석한 증권사의 지수밴드 하단과는 무려 300포인트가량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가장 근사치를 제시한 증권사 역시 지수 하단이 100포인트 이상 갭이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 단위의 ‘지수 맞추기’를 지양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권사 내부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달의 경우 예측 지수가 크게 빗나가면서 투자자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책임을 추궁하는 전화가 빗발친 탓도 크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에서 한 달은 상당히 짧은 기간인데 지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점쟁이’가 아닌 이상 무척 힘이 들 뿐더러 맞춘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큰 것은 아니다”며 “투자자들은 증시의 방향성에 참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시황전문가도 “적립식 펀드 등으로 인해 주식을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잇는 상황에서 지수밴드 또한 이에 발맞춰 가야 되지 않느냐”며 월간 지수밴드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이처럼 단기보다는 중장기 차원의 지수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지난 7월부터 3개월 단위의 지수밴드 발표로 전환했고 신영증권도 8월부터는 월간 지수밴드를 없애고 방향성만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현대증권은 6개월 전망치를 기본으로 매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수밴드를 내놓고 있다. NH증권도 최근 급락장을 겪으면서 내년부터는 3개월 단위의 지수 전망치만을 내놓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그러나 대우증권, 굿모닝신한증권, 삼성증권, SK증권 등은 투자전략 차원에서 필요성을 인정하며 여전히 월간 단위의 지수밴드를 유지할 계획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월간 지수밴드를 유지하기로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달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지수 예측이 상당히 벗어난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의 현실을 감안할 때 증시의 흐름을 보다 명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월간 지수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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