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글로벌 생존게임… 강타선 기업들, 슬럼프 빠져
제조업 체질개선·성장동력 시급… 불펜진 정부, 규제 완화 등 지원을
삼성전자 24조·현대차 4조 등 원가절감·품질개선에 올인
불황 속 경쟁력 강화 고군분투
'한국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 저성장과 내수침체·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신흥국 경기회복 지연과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야구로 치면 만루 위기다. 자칫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새 경제팀이 구원투수로 출격했다. 41조원을 풀어 내수를 살리기로 했다. 새 경제팀은 이를 통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급한 불을 끄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추가 득점이 필요하다. 견고한 수비 못지않게 매서운 공격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득점은 기업들의 몫이다. 타선에는 강타자가 즐비하다.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기본 실력이 있는 만큼 기회가 오면 한 방 터뜨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에도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투자를 늘리고 품질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선 결과 무역흑자 기조와 안정적인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위기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쓰러졌다. 근본 경쟁력 강화보다는 무리한 사업확장에 나섰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끊임없는 혁신을 바탕으로 제품경쟁력을 높인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플레이어'가 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전자·자동차뿐 아니라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들 주력산업의 글로벌 기업들이 수출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쳐왔다.
문제는 주력산업의 대표기업들이 최근 들어 심각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철강·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고 조선·해운은 업황부진에 허덕인다. 전자·자동차는 일본·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구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 체질개선과 신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정부 차원의 투자확대와 규제완화 등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정부도 제조업 부흥에 나선 미국·일본·독일·영국 등을 벤치마킹해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내놓았다.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등을 제조 공정에 접목한 '스마트 공장'을 오는 2020년까지 1만개로 늘리고 3D프린팅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 6개 거점별 제조혁신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경쟁국에 뒤처지는 소재·부품산업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의 70% 이상을 소재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제조업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의 인력양성과 R&D 투자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체는 곧 퇴보를 의미하는 만큼 기업들도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품질개선으로 체력을 키우고 결정적인 기회에 '한 방'을 터뜨리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7%가량 늘어난 24조6,943억원을 유무형 자산에 투자했다. 14조7,800억원에 이르는 R&D 비용을 추가하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40조원에 육박한다. 현대자동차도 투자액이 4조원을 넘었고 SK그룹은 텔레콤·이노베이션·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총 12조2,700억원을 투자, 전년도의 11조원보다 11.3%나 늘렸다.
경기침체에도 기업들이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은 현재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5~10년 뒤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바이오와 의료기기, 현대차는 전기·수소차, SK는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등이 신성장동력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성장성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글로벌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에 정부와 국민들이 힘과 격려를 보태야 하는 이유다. 김용옥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정부는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및 세제혜택 등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도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