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 산하 변호사법질의검토소위원회는 지난달 사내변호사 기초 소양교육을 위해 만들어지는 '사내변호사 업무편람(매뉴얼)'에 대한 검토의견서에서 '사내변호사를 변호사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서를 변협에 전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내변호사협회는 사내변호사의 지위를 격감시키고 소송 대리를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사내변호사들은 변호사로 인정하지 않는 변협이 변호사단체로 존립 이유가 없다며 연판장까지 돌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일촉즉발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변협은 소위원회 일부 위원의 의견일 뿐 변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한발 뺀 상태다.
사내변호사 지위를 둘러싸고 정통적인 변호사 단체인 변협과 사내변호사협회가 갈등을 보이는 것은 사내변호사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내변호사는 공공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변호사 성격과 회사에 종속돼 일하는 근로자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더구나 사내변호사는 회사에서 법률검토 등 일반 법률사무뿐 아니라 1년에 10건 한도 내에서 소송 대리도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업무만 볼 때 일반변호사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현행법은 사내변호사의 업무를 변호사의 업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변호사법 3조는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변호사는 본인이 아닌 타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사내변호사는 소속 회사의 소송이나 법률검토 등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최근 검찰은 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사내변호사 업무를 한 대형회계법인 법무팀장에 대해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이번 처분이 사내변호사를 변호사로 볼지 여부, 소송 대리를 허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변호사의 지위 여부 등에 대해 공론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며 "다음달 9일 공청회를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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