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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미있는 수학ㆍ과학 교육을


오래 전 타임스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잘 못하면서 잘한다고 느끼기(Doing Bad and Feeling Good)'로 기억하는데 낮은 성취수준에 비해 높은 자긍심을 느끼는 미국학생들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시각에서 쓴 글이었다. 한국학생들이 높은 성취를 이루고 있는 비교대상 중 하나로 등장했기 때문에 뿌듯한 마음으로 그 글을 읽었지만 한편 우리 한국학생들은 정반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씁쓸한 마음도 있었다. 성취도 최상위 흥미도는 최하위 즉 곧잘 하면서도 자신들의 성취를 내면 깊이 즐기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며 늘 불안해 한다는 점이다. 상반된 두 나라 학생들의 모습을 서로 보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이상적인 교육이 될까. 미국학생들은 자신의 높은 자긍심만큼 성취수준을 높이고 한국학생들은 자신의 높은 학업성취만큼 학습에 대한 흥미와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히도 2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초ㆍ중ㆍ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적으로 최상위 수준을 자랑하고 있지만 학업에 대한 흥미와 만족감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사회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수학과 과학은 내용이 재미없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학생들의 실제 수행과 흥미 간의 괴리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자연계 고등학생 수 감소와 대학원 단계에서의 이공계 진로 이탈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장기적으로는 창의적 성취를 대표하는 노벨상ㆍ필즈상 등에 대한 수상자 출현이라는 사회적 열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다.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스웨덴의 메츠 존슨 교수는 똑똑한 학생들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만 선택하려는 현상을 지적하며 한국이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으려면 호기심을 일으키는 기초연구에 더 많이 투자하고 초ㆍ중ㆍ고교에서 학생들이 물리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개인이 어떤 일에 가지는 흥미와 호기심은 바로 창의적 성취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이끌어주는 원천이 된다. 인류 역사상 창의적 성취는 자신의 흥미가 이끄는 대로 아무도 가지 않은 불확실한 길을 인내하고 끝까지 간 사람에게 주어진 값진 보상이었다. 끝을 모르는 캄캄한 터널, 때로는 멸시와 고독,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창조의 길은 누구도 억지로 강요할 수 없다. 온갖 장애물과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도록 해주는 힘은 오직 가고자 하는 사람의 내적 동기와 흥미, 그 일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의미 부여에서만 나온다. 사회적 인정이나 안락한 삶 등 외적 보상에 이끌린 사람은 그것이 없어지면 가던 길을 중단한다. 그래서 외적 보상보다는 자신의 내적 흥미와 호기심에 이끌릴 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미래의 창의적 성취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창의성 높여 노벨상 인재 키워야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가 최근 제2차 과학기술인력육성ㆍ지원기본계획 속에 미래형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Mathematics:과학ㆍ기술ㆍ공학ㆍ예술ㆍ수학) 교육 강화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초ㆍ중ㆍ고생들의 이해와 흥미를 높이고자 하는 의지는 옳은 방향이다. 이는 미국과 영국 등이 STEAM 교육을 내걸며 초ㆍ중등 과학교육에 흥미를 강조하는 추세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의 경우 예술 분야를 더 추가함으로써 학제 간 융합에 따른 과학기술의 흥미 유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신의 평생을 투자할 만큼의 놀라운 흥미의 증기(STEAM)가 학생들에게서 힘차게 뿜어져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어려서부터 수학ㆍ과학에 대한 흥미가 아름답게 분출돼 평생 학문 추구의 마르지 않는 샘물로 흐르게 될 때 노벨상은 과연 목표가 아닌 자연스런 부산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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