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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7월 6일] 즐거운 불편

임주재(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불편을 즐겨라?’ 당장 쉽고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다소 생뚱맞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본의 환경실천가가 쓴 ‘즐거운 불편’이라는 책을 보면 ‘불편’이야말로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의 진보와 소비 만능으로 우리의 생활은 더없이 편리해졌지만 과연 우리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사는가. 편리함만을 좇다 도리어 몸과 마음이 병들고 황폐해지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소비 중독’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몸소 ‘불편’을 실천해보자고 권한다. 예컨대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도시락 갖고 다니기, 엘리베이터 사용하지 않기, 자판기 사용하지 않기 따위 같은 것이다. 몸에 밴 편리함과 결별한 채 불편을 수용하고 즐겨보면 몸도 튼튼해지고 진정한 풍요와 행복도 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은 주택 금융 분야에도 예외는 아니다. 내 집 마련은 10년, 20년의 장기적 재정설계가 필요한 분야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이와 무관한 듯하다. 예컨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십중팔구는 ‘변동 금리’에다 나중에 한꺼번에 원금을 갚는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의 대출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그 쏠림 현상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심하다. 대출 수요자들이 변동 금리의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당장 그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고정 금리 상품에 비해 초기 이자도 싼 데다 원금을 갚아나가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적다. 반면에 장기 고정 금리 상품은 길게는 30년까지 금리가 고정되는 대신 이자와 함께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한다. 이른바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이 대부분이다. 최근의 설문조사를 보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안정성 때문에 고정 금리를 선호하지만 막상 집을 살 때는 91%가 변동 금리 상품을 선택한다고 한다.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생각 따로 행동 따로’가 된 것이다. 당장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좀 더 길게 본다면 장기 고정 금리 대출의 효용이 더 크다. 요즘 같은 금리 불안기에 금리 상승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될 뿐 아니라 차근차근 대출 금액을 줄여나가며 안정적인 재정 설계를 할 수도 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듯이 근검생활을 하며 조금씩 갚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니 내 집 마련에서도 ‘즐거운 불편’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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