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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서브프라임 다음에 오는 것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해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금융기관의 손실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신용경색이 주택건설 및 소비부진에 영향을 줘 실물경제 성장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60년 만의 최악의 금융위기로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를 10년 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비교하기도 한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가 점점 확대되는 것이 금융시장 불안을 고조시킨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초기 단계에서는 부실 규모가 500억~1,000억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낙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부실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손실 규모가 6,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거대한 자금풀(pool)을 만들고 이것을 또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런 과정에서 부채담보부채권(CDOㆍ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대출담보부채권(CLOㆍ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각종 파생상품이 대규모로 발행됐다. 당초의 기초자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몇 갑절이 넘는 채권이 발행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뿐 아니라 기업의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및 부실기업자금 등으로 공급됐다. 투자은행들은 CLO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엄청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들 파생상품의 가치와 위험을 잘 알지 못하고 높은 수익률에 끌려 복잡한 파생상품의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 금융감독 당국이나 금융기관들도 CLO의 리스크를 잘 알지 못하고 게다가 연방준비은행은 장기간 저금리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과잉유동성을 공급했다. 금융위기의 여건은 갖춰졌다.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유화ㆍ자본자유화 등 규제완화가 강조됐다. 금리가 자유화되고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확대됐으며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졌다.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는 금융혁신을 조장하고 경쟁을 촉진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규제완화는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금융공학 등은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누구도 첨단 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잘 알 수 없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ㆍ신용평가기관 등도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첨단 금융상품의 거래는 자연히 투명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1990년대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은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니, 기업의 열악한 지배구조니 하지만 결국 투명성의 결여가 금융위기의 핵심이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은 투명성을 담보할 만한 금융 인프라가 미비했다.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가 부실한 것이 결국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도 근본적으로 투명성 결여가 원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금융혁신과 기술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위험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한다. 금융시장이 낙후된 개발도상국ㆍ신흥시장국뿐 아니라 첨단 금융산업을 자랑하는 선진국에서도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금융자유화가 이뤄지자 금융위기가 온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다음에는 금융규제가 강화되지 않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금융자유화ㆍ개방화 등 규제완화에 따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금융위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해서 위기 후에는 언제나 규제가 강화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대공황과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이 1933년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은행이 위험한 증권업무 등 투자은행 업무를 아예 하지 못하게 했으며 1999년 폐기될 때까지 60여년 동안 미국금융시장을 규제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은 완화되기보다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 역사는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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