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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이강성 티엘코리아 대표

우연히 만난 물류가 평생의 업으로… 물류센터의 모든 것 보여드릴게요



창고설비 영업부터 시작해 알짜 부지 보는 눈도 길러

물류 컨설팅 본격 시작하며 '총물류비용' 개념 구축

"프랜차이즈 등 어떤 산업이든 물류 이해하면 수익 UP"


그런 사람들이 있다. 우연히 한 번 발을 들여놓은 길에서 차마 발을 빼지 못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해당 분야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게 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물류 컨설팅 전문가인 이강성(54·사진) 티엘코리아 대표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런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95년 대학교 교직원이던 아내의 직장과 가깝고 비교적 집값이 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자리를 잡은 후 20년이 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무실이 있는 강남 쪽으로 이사를 왜 안하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그는 그저 웃고 만다. 그는 떠날 생각이 없다.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류'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에게 물류는 오랫동안 함께해 너무 정이 들어버린, 그래서 애정이 생겨버린 그런 것이다.

◇20대에 우연히 만난 물류가 평생의 업으로=이 대표가 처음부터 물류에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80년대 초 20대 중반에 첫 직장인 물류창고설비 회사에 입사하면서 물류와 처음으로 연을 맺었다. 당시 이 대표가 했던 일은 전국을 뛰어다니면서 물류창고설비 영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 대표 스스로도 평생 물류 관련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당시 첫 월급이 18만원이었는데 50만원을 주며 영업을 하라고 했다"며 "입사 후 얼마간은 큰돈을 가지고 술을 마시는 게 마냥 좋아 회사를 다녔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입사 2년 만에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표는 "갑자기 회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기존에 수주를 받아놓은 고객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직접 영업을 하며 만난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업체를 찾아 물건을 공급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류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개인사업을 시작한 후부터는 말단 영업직원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류창고를 보다 보니 나중에는 물류창고 부지를 직접 구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따로 수수료는 받지 않았지만 물류창고 부지를 구해주면 우리가 만든 물류창고설비 영업에도 유리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당시의 경험으로 이 대표는 물류창고가 들어설 만한 땅을 보는 눈을 길렀다.

그리고 머지않아 '물류 컨설팅'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창고설비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오히려 부수적인 일로 여겼던 물류창고 부지 알선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언젠가는 이를 특화시켜 물류 컨설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물류 컨설팅을 하기에 앞서 물류 관련 일을 계속 확장시켜나갔다. 물류창고관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티엘소프트'를 차렸으며 물류 전문 건설사인 '물류E&C건설', 물류 전문 연구소인 '물류혁신연구소'도 설립했다.

◇IMF 이후 본격적으로 뛰어든 '물류 컨설팅' 사업=무한정 커나갈 것처럼 보였던 이 대표의 물류사업에 대한 욕심이 처음으로 꺾인 것은 1990년대 후반의 IMF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금난에 처한 이 대표는 애써 키웠던 건설과 물류 프로그램 개발회사를 접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물류 컨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는 "자본금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그때까지 물류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게 바로 컨설팅이었다"며 "그때 시작한 물류 컨설팅을 정착시키는 데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판 덕분에 이 대표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방의 작은 창고주부터 큰돈을 굴리는 외국계 기관투자가까지 모두 그의 고객이다. 이 대표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50여개의 각종 물류 관련 상들이 지금까지 그가 물류 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말해준다.

오랜 기간 물류설비영업에서 시작해 물류센터 부지 선정, 건설, 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 물류와 관련한 전 분야를 섭렵한 덕분에 그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특히 그는 물류센터의 위치와 이에 따른 유류비, 임대료, 인건비 변화, 그리고 물류센터 용도를 고려해 '총물류비용'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체계적인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물류센터 입지를 조언하고 있다.

또 물류센터 신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여섯 가지로 △물류 부동산 △부동산 운영방법 △물류센터 입지조건 △물류센터 시공 △물류센터 운영설비 △금융기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여섯 가지 중 한 가지만 잘못돼도 기관투자가들의 수익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물류 부동산을 보는 법을 들었다. 이 대표는 "물류 부동산은 상가나 아파트 부지를 고르는 것과는 완전히 기준이 다르다"며 "일반적인 부동산은 평평하게 조성된 땅을 선호하지만 물류센터로는 오히려 경사도가 높아질수록 부지 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평평한 땅에서는 건폐율과 용적률 때문에 2층까지밖에 못 짓는 물류센터도 경사도가 있으면 건폐율과 용적률에 적용을 받지 않는 지하까지 한 층 더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지 경사도의 차이가 33%의 수익률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물류 이해가 사업 성공의 기본 될 것=이 대표가 지금까지 30년 이상 물류 업계에서 일하면서 만나온 사람들은 다양하다. 입사 초기에는 주로 기업체 창고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기업 창고과는 회사가 쫓아내고 싶은 사람들을 보내는 부서였다.

이 대표는 "당시 회사 내에서 막판에 몰린 분들의 속상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면서 매일 술을 마시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지만 이를 통해 물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며 "특히 물류와 컨설팅이라는 게 어찌 보면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것인데 당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물류 컨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에는 초창기 국내 물류센터 투자에 관심을 가졌던 외국계 기관들과 교류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이 대표를 많이 찾고 있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곧 물류 업계와 물류센터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준다.

이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산업이든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류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이삭토스트'를 들었다. 그는 "통상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로열티와 인테리어 공사비 등으로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성공한 곳은 물류로 돈을 번다"며 "이삭토스트의 경우에도 애초에 인테리어비를 받지 않고 물류로 승부를 걸어 큰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물류 업계와 물류센터의 밝은 미래를 믿기에 티엘코리아의 비전은 단순명료하다. '물류센터의 모든 것'. 이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는 물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최고의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송은석기자

● 이강성 대표는

△1960년 서울 △1997년~ 티엘코리아 대표 △2002~2004년 한국3자물류협회 이사, 한국물류학회 이사 △2004~2005년 한국물류협회 물류센터 위원장 △2005~2006년 한국물류협회 한국물류혁신컨퍼런스 조직위원 △2012~2013년 화물운송정책연구포럼 부회장 △2011년~ 한국물류사업협동조합 물류시설 위원장 △2012년~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 경영지원단 경영지원위원 △2014년~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 이사



"물류에 제조업 못잖은 稅 혜택 주면 고용창출 효과 클 것"

조권형 기자 buzz@sed.co.kr

"지금 제조업 창고에서 하던 일이 물류센터로 넘어오면서 고용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아직 물류센터는 제조업에 비해 세금혜택 등이 적어 고용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강성 티엘코리아 대표는 물류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물류 관련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류센터의 경우 자동화 시설을 들여도 여전히 수작업이 많아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물류가 활성화되면 소비자가격도 낮아지는 등 그 혜택이 국가 전반에 퍼진다"며 "규제나 세제 수준을 제조업 정도로만 조정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물류센터에 대한 일부 공무원들의 인식이 다소 뒤떨어져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직도 물류시설을 단순한 창고 또는 혐오시설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물류 담당자에게 물류시설이 혐오시설이어서 산속에 있어야 허가가 가능하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며 "홍콩에는 중심가에 물류센터가 있으며 한국도 물류시설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 물류센터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물류센터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형화와 품질향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관들이 개발 단계부터 뛰어들면서 시설 수준과 안전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아시아에서 앞서나가는 일본과 싱가포르, 그리고 유럽의 리딩 국가인 독일 등도 모두 물류 강국"이라며 "물류 강국이 최고의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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