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이후 83년간 미국ㆍ유럽인이 독점해온 국제결제은행(BIS)의 경제자문역에 한국의 대표 재외 경제학자 신현송(54ㆍ사진)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가 임명됐다. BIS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금융기구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조율해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척도인 'BIS 자기자본비율'을 정해 발표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BIS는 9일(현지시간) 신 교수를 신임 경제자문역 및 조사국장(Economic Advisor and Head of Research)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내년 5월1일부터 5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신 교수는 BIS에서 일종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BIS의 연구역량을 총괄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그의 분석이 전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으로 전세계 중앙은행 간 정책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가운데 한국인이 BIS 고위직에 오름으로써 향후 한국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중앙은행 관련 소식을 다루는 언론 센트럴뱅크뉴스는 "BIS가 경제자문역에 사상 최초로 동양인을 앉힌 것은 유럽에 한정된 금융기구가 아닌 진정한 글로벌 기구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또 BIS 내 최고 의결기구(Executive Committee)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기구에는 신 교수를 포함해 총 6명만이 참여한다. BIS는 성명에서 "신 교수의 뛰어난 학술적 성과와 정책에 대한 관심이 BIS 및 각국 중앙은행의 책무와 잘 부합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영국으로 건너갔다.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과 런던정경대(LSE) 교수를 거쳐 2006년 프리스턴대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해 9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견하며 국제금융 권위자로서 명성을 떨쳤다. 2005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2010년 대통령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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