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15일)에 참석키 위해 일본을 찾은 국회의원 등 우리측 인사 16명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참석자인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이 밝혔다.
서 의원은 회동 후 연합뉴스 기자에게 “아베 총리가 양국관계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정상회담을 강력하게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올해 안으로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일협력위원회 회장 대행인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는 아베 총리가 “양국 간 정상회담은 물론 3국 정상회담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됐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부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국 측 참석자들의 언급에 대해 아베 총리는 ‘양국이 같이 노력을 하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서 의원은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통석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던 1990년에 아키히토 일왕의 발언을 떠오르게 했다. 애석하고 안타깝다는 의미지만 수사(修辭)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표현이다.
한 배석자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원론적 언급”이라고 해석했다.
오후 2시20분부터 총리관저의 2층 홀에서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한국 인사들과 20여 분간 마주한 아베 총리는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뒤 “일한협력위가 1969년 설립됐을 당시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일본 측 초대회장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한관계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언급한 뒤 “양국의 번영을 위해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면담은 일본 언론에 사전 공지돼 30여 명의 기자들이 아베 총리의 모두 발언을 취재했다.
아베 총리가 작년 12월 2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이후 이처럼 언론에 공개된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 인사들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부임인사를 겸해 관저를 찾은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와 비공개리에 면담한 데 이어 연이틀 한국 인사들과 회동을 한 것은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바란다는 신호를 나라 안팎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면담에는 한국 측 인사로 이병기 대사와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 이용섭 민주당 의원, 정진석 국회사무총장 등이, 일본 측 인사로는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총리 비서관 등이 자리했다.
한일 정·재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한일협력위원회는 당초 지난 5월 도쿄에서 합동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관련 문제 발언 등으로 양국관계가 급격히 악화하자 회의를 미뤘다가 다시 일정을 잡았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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