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량 2500대 "관급 사업 승기 잡은 후 민간 시장도 선점하자"<br>양사 마케팅에 총력<br>르노삼성 'SM3 ZE' 유럽서 이미 성능 검증<br>기아차 '레이 EV'는 상대적 가격부담 적어
| SM3 ZE |
|
| 레이 EV |
|
르노삼성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내년 전기자동차 공공기관 납품시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벌인다. 두 회사는 시범사업 격인 내년 관급사업에서 호응을 얻은 뒤 여세를 몰아 향후 민간판매에서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 정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 중앙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정부투자기관ㆍ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국공립 및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2,500대 규모로 전기차를 보급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 약 600억원을 책정했다. 올해 공공기관에 전기차가 250대 규모로 보급된 데 비해 내년 목표는 10배로 커졌다.
2,500대 규모의 조달사업을 놓고 경쟁할 차량은 르노삼성의 SM3 전기차 버전인 'SM3 ZE'와 기아차 레이의 전기차 버전인 '레이 EV'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80대를 보급한 전기차 '블루온'은 연말로 단종되고 이달 하순에 공개될 기아차 '레이 EV'에 바통을 넘기게 된다.
환경부는 전기차를 사는 기관에 대해 1대당 충전시설 1기를 무료로 설치해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차종 가솔린 모델과의 가격차이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마트ㆍ공영주차장 등 주요 시설에 급속충전 시설도 갖춰나갈 방침이다.
두 회사는 내년의 맞대결을 앞두고 정부조달담당 영업부서에 '최선을 다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내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전기차 민간보급에서도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르노삼성차는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충전 인프라가 갖춰지느냐에 관계없이 내년 말 부산공장에서 SM3 ZE를 양산해 본격 민간판매에 나설 계획이고 기아차 역시 여건만 갖춰진다면 오는 2013년 이후 언제든 레이 EV의 민간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입소문'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면서 "내년은 두 회사의 전기차에 대한 '평판'이 나오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돼 관급시장에서부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르노삼성차는 레이 EV의 등장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내년 조달시장에 나설SM3 ZE는 프랑스 르노의 '플루언스 ZE'를 수입해 국내 사정에 맞게 손본 차량인데 플루언스 ZE는 이미 서유럽 주요 국가와 이스라엘 등지에서 민간판매가 이뤄지며 소비자 검증을 마쳤다. 다만 내년에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최대 500대인 점이 한계다. 최대 모터 출력은 70kW이고 최고 속도가 150㎞/h이며 한번 충전에 180㎞를 갈 수 있다.
레이 EV는 가격이 4,00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돼 6,000만원이 넘는 SM3 ZE보다 부담이 작고 물량도 넉넉히 생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블루온과 동력사양이 같다는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블루온은 모터 출력이 61kW이고 최고 속도는 130㎞/h이며 한번 충전에 140㎞를 갈 수 있어 SM3 ZE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한편 전기차 충전비용은 동급의 가솔린 차량의 연료비에 비해 10%에 불과해 민간판매가 시작되면 소비자의 집중적인 관심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전력 수급 면에서도 전기차에 충전되는 사용량만큼 흘러 없어지는 전기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