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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철강 공급과잉에 격화되는 무역분쟁

'중국→한국→미국' 철강재 물량 떠밀기… 수출국 상대 반덤핑 제소 잇따라




中 저가공세로 내수시장 삼키자 국내업체 美 수출량 끌어올려

美선 87~159% 관세부과 주장… '억지 대응'으로 한국 견제 나서

각국 보호무역 강화뿐 아니라 업계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져


주요 철강 생산국들이 앞다퉈 수출에 매달리면서 국가 간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헐값에 재고를 한국으로 넘기면 한국은 다시 미국 수출을 늘리고, 각각 수입국은 수출국을 상대로 반덤핑으로 대응하는 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자 업체들 저마다 수출에 매달린 결과인데 당분간 세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미국 철강제조업체 6곳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산 열연강판을 미국 무역위원회(ITC)와 상무부(DOC)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 관련 조치를 요구하며 제소했다. 한국 제품의 덤핑 수출로 피해를 본 만큼 87~158.9%의 덤핑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체에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정책 자금을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업체들이 한국산 냉연강판을 제소할 때도 같은 이유였다.

국내 업계는 한 마디로 억지라는 반응이다. 정부의 업계 지원은 다른 나라가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무역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현정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미국 철강 시장 공급 과잉으로 업체들이 어렵다 보니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수입산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국내 업체들의 미국 수출량은 눈에 띄게 늘며 현지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재 수출량은 3,226만톤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고 미국 수출량은 571만톤으로 무려 53.5% 급증했다.



국내 업체가 철강 수출을 늘린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산이 내수시장을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시장의 41%를 수입산이 차지했는데 그중 상당 물량이 중국 제품이다. 지난해 중국 철강 수출량의 14%는 한국으로 향했고 이는 단일 국가로 최대 규모다. 이에 국내 업체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고 정부는 지난달 28.23~32.72%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결국 중국의 공급과잉이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한 수출 증가로 연결됐고 한국 역시 선진국 시장에서 판로를 찾고자 한 과정에서 연쇄적인 무역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러시아 철강재의 수출까지 늘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루블화 폭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러시아 철강재가 운송 거리가 먼 동남아 시장까지 공급되고 있다. 포스코는 14일 발표한 사업보고서에서 "러시아 저가 수입재로 인도네시아 현지 제철소 판매 환경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급과잉 문제는 보호무역 강화뿐 아니라 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US스틸은 앨라배마주 페어필드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이날 결정했다. 미국 철강 노조는 "US스틸의 이번 결정은 외국의 불공정 경쟁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철강 업계 구조조정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철강업체 수를 500곳에서 300곳으로 줄이고 남은 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계열사 정리와 자산 매각, 사업 축소 등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은 조선과 자동차·전자 등 다른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산업인 만큼 정부가 무역 분쟁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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