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헛바퀴만 굴려온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작업이 최근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패키지 매물은 NH농협금융 품으로 갈 것이 유력하고 당초 정치 바람에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지방은행 매각 작업도 본입찰(23일)을 앞두고 유력 후보의 윤곽이 좁혀지고 있다. 경남은행을 두고서는 지역상공인연합인 경은사랑컨소시엄의 막판 스퍼트가 도드라지는 가운데 BS금융(부산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자웅을 겨루는 양상이다. 광주은행은 골리앗 신한금융이 유력한 가운데 JB금융(전북은행)이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다.
◇우투증권 등 패키지 매물, 농협 인수 유력=우리금융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우투증권을 포함해 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 패키지 매물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결정한다. 당국은 사실상 농협금융의 손을 들어줬다.
패키지 매물에 대해 가장 높은 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써냈고 정성적 평가에서도 파인스트리트와 KB금융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파인스트리트의 경우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못했고 증권업계 자산 규모 1위인 우투증권을 사모펀드에 넘기는 데 대한 당국의 부담감도 작용하면서 고비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패키지 매물에 대한 제안 가격이 1조원 언저리로 가장 낮고 최근 잇따른 비리 사태도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우투증권에 대해 가장 높은 1조2,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써내 결과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패키지 일괄 매각'이란 원칙을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이라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당국과 우리금융은 파인스트리트가 제안한 우투증권과 우리자산운용을 1조2,500억원에 매입하는 안에 대해서도 매각 공정성을 훼손한다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우투증권 인수에 실패한 후보는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KB금융은 안팎에서 경영진의 전략 부재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동양증권·KDB대우증권·LIG손보 등이 매물로 나와 있어 전화위복의 계기를 잡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남은 3파전, 광주는 신한 우세=경남은행 인수전에서는 외형적으로만 보면 경은사랑컨소시엄이 한발 앞서 있다. 위탁운용사(GP)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데 이어 지역 화합을 명분으로 DGB금융(대구은행)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자금력, 지분 조율 문제를 비롯해 MBK파트너스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와 동일하다는 논란 등으로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경남은행 인수 의지가 강한 BS금융은 경은사랑컨소시엄에 명분에서 밀리다 보니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흠이다. '인수 동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견제를 받는 기업은행이 여전히 일전을 준비하고 있어 인수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반면 광주은행은 신한금융의 독주에 JB금융이 반격을 준비하는 구도다. BS금융도 본입찰에 나서지만 초점은 경남은행에 맞춰져 있다. 신한금융이 얼마만큼 인수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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