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국들은 존재만으로도 선수단과 자국 이미지를 대표할 만한 인물을 고르고 골라 기수로 선정한다. 한국 선수단은 남자 핸드볼의 윤경신(39)을 내세웠다. 윤경신은 한국 선수 중 최고령에 이번이 다섯 번째 올림픽 출전이며 무엇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월드 스타'다. 그는 지난 1996년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여덟 차례나 득점왕을 차지했고 분데스리가 통산 최다 득점(2,908골)의 대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핸드볼이 인기 스포츠인 유럽에서 윤경신은 '전설'로 통한다. 일본은 여자 레슬링의 요시다 사오리가 나선다. 요시다는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세계 여자 레슬링의 간판으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금메달이 총 14개에 이른다. 올 5월 깨지기는 했지만 58연승의 불패 신화를 쓰기도 했다. BBC는 최근 '9인의 런던 올림픽 금메달 0순위'를 꼽으며 남자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미국) 등과 함께 요시다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요시다처럼 이번 올림픽에는 유독 여성 기수가 많다. 참가국 전체가 남녀 혼성 선수단을 파견한 사상 최초의 올림픽, 26개 전 종목에 여자 선수들이 출전하는 첫 올림픽이라는 이정표와 더불어 '남녀 평등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는 셈이다.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를 파견한 카타르는 기수도 여성(사격 바히야 알 하마드)에게 맡겼다. 러시아와 폴란드 역시 각각 여자 테니스 스타인 마리아 샤라포바와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에게 국기를 맡겼고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여자 육상의 캐스터 세메냐를 선봉에 세우기로 했다. 세메냐는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800m에서 우승한 뒤 양성자로 성별 논란에 휩싸였으나 이듬해 연맹한테서 여성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기수들도 눈에 띈다. 그리스와 멕시코∙도미니카공화국∙모로코는 태권도 선수를 기수로 선정했다. 특히 그리스 기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는 2004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문대성의 뒤후리기 한 방에 KO패한 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차동민에게 1점 차로 졌던 인물이다. 멕시코 기수 마리아 에스피노사는 여자 태권도의 오랜 강자다. 또 이탈리아는 여자 펜싱의 38세 백전노장 마리아 발렌티나 베찰리를 기수로 뽑았는데 베잘리는 베이징 올림픽 플뢰레 결승에서 남현희를 1점 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땄다.
한편 남자 테니스의 '양대 산맥'인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둘 다 기수직을 반납했다. 페더러는 "이미 두 차례(2004년∙2008년)나 기수를 맡았다.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겠다"며 고사해 남자 복식 파트너인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가 대신 맡게 됐다. 나달은 무릎 부상으로 출전 자체가 좌절돼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파우 가솔에게 기수의 영광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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