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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3월29일] 베네치아 게토


1516년 3월29일, 베네치아 의회. 논란 끝에 특이한 법률 하나가 통과됐다. 명칭은 ‘유대인 거주 제한에 관한 법’. 세계 최초의 게토(Ghetto)가 생긴 순간이다. 유대인을 분리 수용한 이유는 두 가지. 압박과 보호라는 상반된 목적에서다. 인구가 급증하는 유대인을 감시하는 한편 기독교인에게는 금지된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한 유대인을 보호하는 데 분리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다. 유대인들은 불만이었지만 추방보다는 격리를 택할 수밖에. 장소는 이탈리아어로 ‘게토(getto)’라고 불리던 주물공장 및 쓰레기 처리장 터. 운하로 둘러싸여 외부 접촉이 차단된 장소였다. 아침에 열리고 자정에 닫히는 두 곳의 도개교를 급전이 필요한 기독교도가 넘나들었다. 대금업으로 번성한 게토는 베네치아가 허용한 최대 인원 3,000명선을 바로 넘어섰다. 유대인들의 출산율이 높은데다 1492년 스페인에서 쫓겨난 유대인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게토는 곧 유럽 각지로 퍼졌다. 유대인들이 게토에서 벗어난 것은 19세기. 프랑스혁명의 영향으로 박애주의가 퍼지고 유대인의 경제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기쁨은 찰나였다. 20세기 중반 유대인을 기다린 히틀러의 인종 청소에 수백만명이 희생됐다. 뼈에 사무친 고난의 세월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일까. 세계 인구의 0.5%에 불과한 유대인들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4분의1 이상을 배출하고 막강한 자금력으로 세계 정세를 쥐락펴락한다. 게토가 생긴 지 491년이 지난 오늘날, 유대인은 자유를 얻었지만 새로운 게토가 곳곳에 생겨났다. 팔레스타인 게토에서 뉴욕의 흑인 게토, 한국 땅의 외국인노동자 게토까지. 21세기 게토에서는 이 순간에도 차별을 자양분 삼아 또 다른 증오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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