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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메르스에 묻힌 탄저균 그리고 대선자금

우리 모른 채 반입된 미군 탄저균… 왜 뭘 하려고 들여왔는지 알아야

계좌 추적도 없는 대선자금 수사… 돈 준 사람만 구속하고 끝낼 태세

가뭄에 도움 안된 4대강 사업 등 빅 이슈 삼킨 메르스 과연 무서워


태풍이 오면 많은 게 휩쓸려 사라진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태풍이면 휩쓸려 사라진 것은 탄저균, 정확히 탄저균 배달 이슈다. 탄저균과 메르스. 뭐가 더 무서운가. 우리가 과민 반응한 측면도 있겠지만 메르스도 무섭기는 하다. 24일 현재 확진자 179명에 27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15%니까 처음 알려진 40%는 아니더라도 '중동 독감에 호들갑'이라고 치부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탄저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탄저균의 치사율은 80~95%다. 쌀 한 가마니 분량의 탄저균이 뿌려지면 100만명 이상이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탄저균이 훨씬 무섭다.

그런 탄저균, 그것도 살아 있는 탄저균을 미국 국방성이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우편으로 보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탄저균 배달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사고경위 조사 결과를 한국과 신속히 공유하겠다. 사고 관련자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탄저균 배달 이슈는 더 이상의 진척 없이 여기서 멈춰 있다. 미군은 탄저균을 왜 들여왔는지, 들여온 탄저균으로 무슨 실험을 했는지, 탄저균 말고 더 무서운 다른 것도 반입했는지 등 의문은 꼬리를 무는데 답을 주는 곳은 없다. 우리 정부는 탄저균 배달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미군은 "탄저균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뿐 나머지는 "공개할 정보가 없다"며 입을 닫았다.

카터 장관의 '사고'라는 단어는 부정확한 표현이다. 사고라면 죽은 탄저균을 배달해야 했는데 실수로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배달했다는 뜻이 된다. 그게 아니다. 죽었든 살았든 탄저균이 국내에 반입된 사실 자체가 문제다. 누가 왜 무엇을 하려고 탄저균을 들여왔는지부터 조사해야 된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일이 우리가 모르는 채 진행됐고 또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카터 장관 말대로라면 사고 조사는 미국이 한다. 우리는 조사 결과를 통보받을 뿐이다. 주권국가에서 이럴 수는 없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방부 주도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이 탄저균 배달을 통보한 지 21일이 지나서야 조사 결과도 아닌 계획을 내놓았다. 조사를 잘할 수 있을지 염려되고 조사할 의사가 있기는 한지 의심이 간다.

고 성완종씨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지난 대통령 선거자금 수사도 메르스가 잡아가 이제는 흔적만 남은 대표적인 태산명동서일필이다. 수사는 처음부터 이상했다. 성씨의 측근 두 사람은 검찰의 전광석화 수사로 바로 구속됐다. 성완종 리스트에 나온 8인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는 불구속, 나머지 6인은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돈을 준 쪽은 구속되고 받은 혐의가 있는 쪽은 면죄부라면 누가 봐도 손가락질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자금 차떼기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천막 당사를 쳤고 그 리더십을 평가 받아 선거만 하면 이기는 선거의 여왕이 됐다. 그 리더십의 본질인 도덕성이 지난 대선 때 훼손됐는지를 살펴보는 게 이번 대선자금 수사다. 검찰은 이런 수사를 하면서 지난 대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3인방에 대해 계좌추적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관련 수사에 계좌추적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말이다. 검찰이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한 것으로 끝낸다면 말 그대로 메르스 사태에 어물쩍 넘어가는 것에서 더도 덜도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메르스에 묻힌 게 게 한둘이 아니다. 담마진이라는 단어로 부족한 우리말 실력을 깨우쳐준 황교안 국무총리 청문회, 강에 물은 넘치는데 16개 보 가운데 11개가 가뭄 피해 지역에 있지 않아 정작 가뭄이 들자 넘치는 물을 바라만 보게 만든 4대강 사업도 벌써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알고 보면 진짜 무서운 것은 메르스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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