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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산수… 오방색 잔혹풍경… 아름답지만 상처 난 조국산하

이세현 국내 첫 개인전


스위스 출신의 컬렉터 울리 지그(65)는 중국현대미술을 세계무대에 알린 공로자이자 아시아 미술투자의 최대 수혜자로 유명하다. 30년 전 중국의 젊은 작가들이 개방의 봇물속에 느낀 갈등을 표현한 정치적 회화들을 그는 묵묵히 수집했고 그림값은 1만 배나 치솟았다. 이세현(45ㆍ사진)의 '붉은 산수(Between Red)'는 한국작가를 물색하던 울리 지그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2006년 첼시예술대학원 졸업작품전이 계기였다. 지그는 당시 무명이던 이세현의 런던 작업실로 찾아가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비극성을 제대로 표현한 유일한 작가"라고 극찬하며 그의 작품을 사들였고 현재는 1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 뿐 아니다. 세계 최고의 화랑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뉴욕 페이스갤러리 산하 판화전문 갤러리인'페이스프린츠'는 이우환에 이어 한국작가로는 두 번째로 이세현의 작품 3점을 판화로 제작했다. 피카소ㆍ앤디 워홀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만 취급하는 페이스프린츠의 전례 없는 파격 선택이었다.

이처럼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화가 이세현의 귀국 후 국내 첫 개인전이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신ㆍ본관에서 29일 개막했다. 한옥 지붕의 갤러리 본관은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하다. '비트윈 레드' 연작 14점이 전시됐다. 조국 산하는 작가의 고향인 통영 앞바다부터 한반도 전체를 아우른다. 푸르른 녹색이 아닌 새빨간 풍경이라는 게 현실과 다를 뿐.

작가는 "군복무 시절에 야간투시경을 통해 본 아름다운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마냥아름다운 녹색 대신 붉은색을 택했다"며 "반공교육 하에 금기시되던 붉은색은 쓰기조차 두려웠지만 너무나 매혹적이었다"고 말했다.

세밀한 풍경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眞景山水)' 화풍을 좇아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기에 분단의 상흔, 개발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겼다. 미술평론가 윤재갑은 이를 두고 "몸 속의 피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조리 뽑아내 그린 듯한 아픔을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붉은 산수'뿐만 아니라 과감히 변신한 신작도 내놓았다. 새 그림들은 '빨강'에 매달리지 않고 전통 오방색(五方色ㆍ동서남북중앙을 가르키는 청백적흑황색)을 사용한 '레인보우(Rainbow)' 시리즈로, 섬세했던 표현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더불어 선보인 '분재회화' 역시 미(美)의 완성인 분재를 만들기 위해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억압과 잔혹함을 오방색과 과감한 붓질로 표현했다.



"어린 시절 고향 동네 무당집이나 성황당에서 봤던 오방색은 '아름답지만 슬프고 잔혹한 색채'였어요. 전쟁이나 개발도 아름다움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비극을 안고 있죠."

한국의 아픈 현실을 꼬집은 이세현의 개인전은 10월14일까지 계속된다. (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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