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오는 9월4일까지로 예정된 1차 국정감사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11월 말까지 마무리해야 할 새해 예산안과 세법 개정 심의 등 정기국회에도 연쇄 차질이 우려된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여야와 청와대의 결단이 있지 않는 한 정기국회(9월1일부터 100일간)에서 민생·경제법안 처리에도 큰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당초 국감의 실효성을 높이고 예산안과 부수법안(세법)·민생·경제법안 심사의 내실화를 위해 10월에 20일 연속 실시하던 정기 국감을 올해부터 두 차례 분리(2차는 10월1~10일)하기로 했다. '몰아치기식' '수박 겉핥기식' 날림 정쟁 국감에서 벗어나 제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을 견제하고 입법의 단초를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1차 국감에 대한 연기를 확정짓고 1·2차 국감 통합 방안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올해도 국감이 원샷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 지도부는 지난 21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80%가량이 국감을 연기하거나 예년처럼 한꺼번에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당이 1차 국감 실시를 원한다고 하나 현실적으로 여야 의원들과 보좌진도 국감을 위한 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6월24일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와 15곳의 7·30 재보궐선거, 세월호 정국 대치 장기화로 인해 국감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분리 국감의 근거가 되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도 아직 개정하지 못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일단 세월호 특별법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상황적으로도 가능하겠느냐는 현실론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분리 국감을 전제로 새해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세법개정안을 12월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여야의 계획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1차 국감이 미뤄져 예년처럼 10월 중 국감이 치러지면 그만큼 예산과 세법논의에 치중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야는 당초 2차 국감 직후인 10월13일부터 상임위원회별로 예산심의를 1주일가량 하고 10월20일부터는 다시 1주일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와 종합정책질의, 부별 심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어 11월에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를 본격 가동해 여야정 간에 예산안을 본격 조정하기로 했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새해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각각 9월20일과 9월23일에 국회에 제출한다.
특히 올해부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새해 예산안이 법정처리시한(12월2일) 전날 국회 본회의에 자동상정될 예정이어서 시간이 많지 않다. 자칫하면 예년보다 더 심하게 예산과 세법 논의가 부실해질 우려가 커진 셈이다.
정치일정이 자꾸 늦춰지다 보면 여야가 가뜩이나 민생·경제활성화법이나 국가혁신법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이견을 좁힐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문제도 있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차 국감 실시가 당론이기는 하지만 부실 파행국감이 뻔한 상황이어서 여당도 분리 국감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다"며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 올 정기국회도 부실 날림 정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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