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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2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동차로 알프스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후 알프스의 체르마트 마을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옆 자리에 앉은 아내 이명희씨가 알프스의 겨울 풍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조 회장은 차를 길가에 대고 카메라를 꺼내 들고는 알프스의 설경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사진 제목은 ‘제네바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길’. 출장길에 나설 때마다 카메라를 분신처럼 챙기는 조 회장이 그동안 틈틈이 찍은 사진이 담긴 사진집을 3일 출간됐다. 이날 오후 인천시 운서동 하얏트리젠시인천호텔에서는 정ㆍ관ㆍ재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진집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사진집에는 조 회장이 1992년부터 바쁜 해외출장 중에도 차장 밖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차를 세워 촬영한 대표작 126점과 이에 대한 해설이 담겨 있다. 조 회장은 머리글에서 “순간을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담아낸 사진을 보며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면서 “부친이 선물해주신 카메라를 메고 세계를 여행하며 렌즈 속에 담아왔던 추억들이 아직도 가슴속에 선연하다. 이제는 아들과 함께 그 전통을 이어 카메라를 통한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집에는 하늘에서 지상의 장관을 담아낸 다양한 작품을 비롯해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 창공을 날아가는 새, 광활한 대지에 뻗은 길 등 글로벌 종합물류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 빼곡히 수록돼 있다. 조 회장은 2001년부터 매년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모아 새해 캘린더를 만들어 해외 기업 CEO, 주한 외교사절 등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재능과 열정을 지닌 유망한 사진가들을 발굴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기 위해 자신의 호를 딴 ‘일우(一宇) 사진상’을 제정하는 등 사진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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