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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헤지펀드 공격, 지배구조 개선 계기 삼자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1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삼성물산 간 인수합병(M&A) 분쟁이 재계와 금융계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합병비율 부당함을 주장하며 집요하게 합병안의 약점을 파고드는 엘리엇과 합병성사에 필사적인 삼성물산이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헤지펀드계의 강자 엘리엇,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 둘 간의 분쟁은 골리앗과 골리앗의 대결로서 결말을 예측하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배 지분 낮은 재벌기업 좋은 먹잇감

자본력과 네트워크로 무장한 이 두 베테랑 간의 격돌에서 각자의 목적은 너무나도 뚜렷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통해 그룹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반면,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이익기회를 포착했기에 그로부터 최대한의 수익을 거두려 할 것이다. 제로섬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 이 전투의 승리자가 누구냐에 따라 우리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진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이번 사태와 성격이 매우 비슷한 과거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2003년 소버린과 SK, 그리고 2006년 칼 아이칸과 KT&G의 경영권분쟁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지루한 공방전 끝에 국내 기업들의 승리로 기록됐지만 결코 승전가를 부를 수는 없었던, 그래서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은 사건들이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괴로운 이런 역사는 왜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는 앞서 언급한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문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 재벌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한 지배주주가 비교적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경영의사 결정 과정도 국제적인 기준을 적용할 때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는 헤지펀드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지분율을 급격히 높이고 이를 통해 손쉽게 경영권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경영의사 결정구조와 미흡한 주주 친화정책이 헤지펀드의 공격 포인트를 확대해주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경영권 분쟁사태의 책임을 공격적인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찾고는 한다. '먹튀'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그런데 헤지펀드만 바라봐서는 재발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주친화·투명성 강화 힘써야

탐욕적인 자본의 본능을 가지고 있는 헤지펀드들은 이익기회가 포착된다면 다음번에도 절대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의 기회주의적인 공격성향은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허용돼 있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불편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강화하고 보다 주주 친화적인 기업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지배구조 개선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 플랜을 마련해 지금부터 착실하게 추진해나가는 자세도 요구된다. 분명한 점은 우리 기업들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번 삼성물산 사태가 결코 마지막 사례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선해야 강해지고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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