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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44> 장인(匠人)의 갑질?


기술을 배우고 싶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그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장인(匠人)을 찾아가 제자가 됩니다. 장인이 시키는 대로 주어진 모든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게 설령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말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하찮은 일들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장인의 자녀에게 과외 해주기, 장인의 애완견 산책 시키기 등 기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들이라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을 박차고, 직장인들이 사표를 던지듯 뛰쳐나올 수 있을까요? 하지만 수년 간을 제대로 된 기술 전수 하나만을 바라봤는데 그렇게 나오고 나면 이제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0’으로 돌아가는 판에 그런 용기를 낼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직장의 상사와는 차원이 다른 절대 갑, 장인의 갑질은 그래서 더 포악스럽게 느껴집니다.

계약직 직원에 대한 갑질은 여러 번 이슈화 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여직원에게 재계약 또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벌이는 성희롱적 행태는 공분을 살만한 것이었습니다. ‘을’인 계약직 직원과 장인의 수제자 간의 차이점은 경력의 인정 유무에 있습니다. 계약직으로 1년을 일하면 1년의 경력을 쌓은 것으로 인정되지만 교육생으로 1년을 있었든 3년을 있었든 그는 교육생 신분일 뿐입니다. 심지어 장인의 프로젝트를 수제자 혼자 만들어 냈다고 할지라도 그는 아무것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도제식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너무 많은 것을 착취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인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가의 창작 활동이 심혈을 기울여 물건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예술가를 뜻합니다. 사실 예술가 뿐만 아니라 의사, 교수 등 대부분의 전문 직종 역시 장인으로 분류할 수 있겠죠. 장인의 기준은 항상 통계적 수치나 결과물의 수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기에 ‘그럴만 하다’고 여기는 수준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합리적이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의해 장인이 인준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누구나 ‘눈엣가시’같은 아랫사람, ‘모자라 보이는’ 아랫사람이 있겠죠. 그렇다고 해서 그의 감정과 능력을 수탈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르칠 것은 가르치되, 제자의 모든 것을 스승이라는 미명 하에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사회의 모든 장인은 장인다워지길 바랍니다. 그에게 기술을 전수받으러 들어온 교육생의 마음을 짓밟지 말기를 부탁합니다. 들여온 노력과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 오늘도 하루를 참아내는 분들에게 다 놓고 뛰쳐나오라는 무책임한 말은 할 수 없으니.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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