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탁업법의 개정으로 증권사에 신탁업이 허용된 이후 9개 증권사가 지난해 12월말 사업인가를 받고 올들어 관련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또 증권사 신탁상품은 2월 중순까지 불과 1개월 반 만에 6,7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면서 ‘신탁=은행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증권사들은 신탁자산의 운용처가 대부분 주식과 채권 등 고유의 업무영역인데다 리서치 분야의 우수성 등을 앞세워 은행신탁과는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자산운용방법 지정할 수 있어= 신탁상품이란 고객이 운용방법을 지정해 자산을 맡기면 신탁회사(증권사, 은행 등)가 이를 운용ㆍ관리해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고객은 투자성향이나 목적, 기간 등을 고려해 운용방법까지 직접 지정할 수 있다. 맡기는 자산의 종류에 따라 돈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돈 이외의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맡기는 재산신탁이 있다. 증권사들이 파는 상품은 사업인가 당시 규정에 따라 금전신탁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신탁상품과 유사한 것으로 증권사들이 팔고 있는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등이 있다.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ㆍ부동산ㆍ실물펀드 등에 투자해 운용성과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에서는 별 차이는 없으나 법적인 지위나 운영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신탁상품의 경우 고객의 운용지시에 따라 신탁자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증권과는 달리 상품운용의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상품 가입 후 고객이 내야하는 수수료도 수익증권의 경우 운용보수-판매보수-수탁보수 등으로 복잡하게 되어 있으나 신탁상품은 신탁보수만 내면 되게 되어 있다. 지난해 연말 신탁업 허가를 받은 증권사는 삼성, 대우, 우리투자, 현대, 대신, 미래에셋, 한국투자, 굿모닝신한, 동양종금증권 9개 증권사다. 현재로서는 특정금전신탁과 MMT(초단기신탁) 중심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투자대상으로 자산, 채권,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 등으로 다양하다. 가입금액은 대략 개인의 경우 1,000만~1억원 정도고, 법인은 3,000만~100억원까지 다양하다. ◇증권사 장점 상품 관심= 증권사들이 신탁상품을 취급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수익증권의 경우 운용사의 과거 운용 성과 등을 참조할 수 있지만 증권사 신탁상품의 경우 이 같은 기록들이 없다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을 주저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반면 법인(기업)들은 여유 자금을 운용하는 방법으로 증권사 신탁상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단기자금의 운영처로 사용되는 MMF의 경우 익일환매제에 부담을 느낀 법인고객들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MMT에 크게 몰리고 있다. 또 대우, 삼성증권 등은 법인들을 대상으로 채권형상품(기일물)을 판매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채권상품의 경우 만기가 정해지면 수익이 확정되기 때문에 법인들의 경우 자금운용계획을 맞출 수 있어 선호하고 있다. 이와함께 각 증권사들의 특성을 살린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점차 증권사 신탁상품의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춰가고 있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를 편입해 운용하는 주가연계신탁(ELT상품)을 출시했으며 현대증권도 이달말 부동산ABS와 관련한 신탁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전통적인 강점을 가진 채권ㆍCP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김규환 대우증권 신탁연금부 대리는 “증권사 신탁상품은 주식ㆍ채권등에 정통하고 리서치 역량까지 갖춘 증권사와 고객이 함께 운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신탁상품에 비해서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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