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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윈텔의 몰락'
입력1999-03-09 00:00:00
수정
1999.03.09 00:00:00
(李在權 산업부차장)「제국의 몰락」 전세계의 컴퓨터 이용자들은 현재 고난에 빠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을 보고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은 일종의 쾌감이다.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철벽처럼 강하디 강한 MS와 인텔의 견고한 성이었다.
그러나 그 철옹성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구나 균열의 터진 간극이 점점 더 벌어져 붕괴의 조짐마저 드러내고 있다. 컴퓨터 이용자들은 세기말에 벌어지는 그 붕괴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껏 즐기는 표정이다.
MS와 인텔. 두 회사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컴퓨터의 두 축인 운영체계(OS)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MS는 OS시장에서,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한두번 그런 것도 아니고, 양사 모두 20년 가까이 시장을 줄곧 독점했다. 빌 게이츠 MS회장과 인텔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 전회장은 따라서 세계 컴퓨터시장의 절대권력, 황제나 마찬가지였다.
MS와 인텔은 자신들의 지위를 영속화하기 위해 「윈텔」이라는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오만함까지 보였다. 「윈도」와 「인텔」을 합성하여 만든 「윈텔」에 대해 이용자들은 슈퍼 파워들끼리 손을 잡으며 「권력이여 영원하라」를 구가한 독점욕의 화신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비판만 할 뿐, 대항수단이 없었다. 이용자들은 MS를 「공적 1호」로 규정하며 「반 MS운동」을 벌였지만 시장 점유율은 언제나 90% 이상이었다. MS의 윈도에 맞서기 위해 IBM이 「O/S 2」를 내놓았지만 결국 참패하고 말았다. 또 인텔을 깨기 위해 세계 컴퓨터업계의 거인 IBM과 모토롤러, 애플의 3자가 힘을 모아 「파워PC칩」을 출시했지만 허사였다. 윈텔은 그만큼 견고했다.
그러나 「나만이 소유하겠다」는 윈텔의 독점체제는 「누구나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정신(精神)의 도전」에 의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MS의 윈도는 「리눅스」라는 공개용 OS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공개용 OS는 따로 주인이 없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OS라는 뜻이다. 리눅스는 핀란드의 한 대학생이 만들어 프로그램의 제작방법을 공개했다. 리눅스는 거의 모든 CPU(중앙처리장치)에서 작동하며 사용하기도 매우 쉽다. 리눅스가 탁월한 성능으로 윈도를 대체할 수 있음이 증명되자 세계 정보통신업체들이 환호를 보냈다. 그동안 MS의 위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던 차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리눅스 사용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500만명 이상이다. 앞으로 리눅스 지지 움직임이 더욱 확산되고 응용프로그램 개발이 촉진되면 사용자는 들불이 퍼지듯 불어날 전망이다.
인텔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은 지난해말 점유율이 75.7%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인텔의 경쟁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AMD는 97년말 6.6%에서 지난해말에는 15.5%로 2배 이상 점유율이 늘어났다.
더욱 의미있는 변화는 미국의 소비자용 데스크톱 PC시장에서 일어났다. 인텔의 「펜티엄Ⅱ」와 「셀러론」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4.2%, 9.5%로에 머물렀다. 두 제품을 모두 합쳐도 전체 시장에서 43.7%에 불과하다. 반면 AMD의 「K6」는 36.2%로 인텔을 바짝 따라붙었고 사이릭스 역시 19.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소비자시장에서 이미 인텔의 독점체제는 막을 내린 것이다.
MS와 인텔, 두 공룡의 몰락을 지켜보고 있는 이용자들이 즐거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힘센 자도 무릎 꿇는 것을 보는 데서 오는 반사적 쾌감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용자들은 MS와 인텔의 휘청거림에서 돌아올 이익을 기대한다. 구매 코스트가 비쌀 수 밖에 없는 독점이 무너지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과거보다 싸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들은 AMD의 「K6」가 출현한 덕에 1,000달러짜리 저가 PC를 살 수 있는 혜택을 입었다. 리눅스가 윈도처럼 확산돼도 같은 혜택이 소비자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세계 컴퓨터시장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지만 한국의 소비자들은 구경만 할 뿐이다. 여전히 한국의 컴퓨터 매장엔 인텔 PC 밖에 없다. 아직도 우리 시장은 MS와 인텔이 강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컴퓨터업체도 MS와 인텔에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 소비자들도 현재 세계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이 알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변화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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