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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D-1 호갱 탈출구 해외직구] "오배송 등 잔혹사 겪었지만… 유통독점·가격횡포 막기도 했죠"

■ 직구 1세대의 쇼핑 10년사

해외 어학연수 경험있는 90년대 학번 여성이 주류

배송지연·상품 실종에서 정보유출 피해까지 입으며

어린이 옷값 거품빼기 등 소비자 권리찾기에 앞장

디자이너로 일하다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된 조주영(39)씨는 해외직접구매 경력 12년 차의 쇼핑 고수다. 미혼 시절 패션잡화와 인테리어 소품을, 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각종 육아용품과 의류·장난감 등을 해외직구로 구입했다. 얼마 전에는 백화점 브랜드로 불리는 유명 도자기 식기 세트도 직구를 통해 마련했다. 조씨는 "요즘엔 많은 경로로 해외 상품이 국내로 들어와 팔리고 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수입상품이 다양하지 못하고 시중에 판매되더라도 가격이 현지에 비해 지나치게 비쌌다"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사용했던 상품들을 계속 사용하고 싶긴 한데 현지 지인들에게 구입·배송을 부탁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직접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소위 '직구족'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직구 2조원 시대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국내 유통업계가 들썩거릴 정도로 해외직구가 소비자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직구 규모는 727만건, 7,5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이상씩 급증했다. 하반기에는 블랙플라이데이 등 연말세일이 집중돼 있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직구는 소비자에게 '힘든 도전'이었다.

◇'호갱' 되지 않으려다 '글로벌 호갱' 되기도=조씨와 같은 직구 1세대들의 눈에는 요즘이 '참 좋은 세상'이다. 인터넷 등 정보기술(IT)과 물류의 발달로 한국어 서비스를 하는 해외 쇼핑 사이트가 날로 늘고 있고 카드결제 후 바로 휴대폰으로 결제내역이 문자로 전송된다. 전문화된 배송대행업체가 늘면서 해외에서 한국으로 주문상품을 받기도 쉬워졌다.

직구 1세대는 10여년 전 해외로 과감하게 눈을 돌렸던 현재 30~40대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90년대 학번으로 어학연수 등을 통한 해외 체류 경험이 있고 영어에 대한 부담감도 덜하다. 인터넷 활용능력이 높고 온·오프라인 동호회를 통해 활발하게 쇼핑정보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 수입·유통되는 육아용품과 의류·화장품의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최적의 구매처를 찾아 신용카드를 들고 해외로 나섰다. 당시 위즈위드처럼 일정 수수료를 받고 해외상품을 구매대행해주는 인터넷몰도 있었지만 그 수수료마저 아끼기 위해 직구에 나섰다.

하지만 직구 1세대에게는 국내에서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 개척자 정신으로 직구에 나섰다가 '해외 호갱'이 됐던 경험이 대부분 한두 번씩 있다. 회사원 김상은(37)씨는 "아마존에서 운동화를 주문했다가 한 달 만에 겨우 받았다"며 "그런데 상자를 여니 운동화가 왼쪽만 두 짝이 들어 있었다"고 씁쓸한 추억을 회상했다.



상품 배송지연이나 오배송에 항의하기 위해 해외 현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해외전화요금이 물건값만큼 나왔던 경험이나 카드가 이중결제되는 바람에 카드사와 쇼핑몰과 수차례 연락을 취해야 했던 것도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배송대행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아예 물건을 받지 못하거나 허술한 해외 사이트에서 카드정보가 유출됐다는 사례도 인터넷에서 자주 회자됐다.

◇직구족 힘 모아 독점수입·유통 횡포 막아=호갱과의 단절을 선언한 직구족들은 국내 대기업들의 유통 독점 및 가격 횡포를 막아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2년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독점수입·유통했던 미국 아동 브랜드 '짐보리'와 '갭'에 대해 직구족이 벌였던 소비자 권리 찾기 운동이다. 짐보리와 갭의 인터넷몰은 한국 대형 유통사와 독점계약을 체결한 후 한국 IP 접근을 차단하거나 한국발 주문접수를 거부했고 이들의 독점 계약사인 롯데와 신세계는 현지 가격보다 2~4배 비싸게 국내 판매가를 정했다. 이에 직구족은 '아이 옷 거품 빼기 운동'에 나서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해당 업체 대표에게 내용증명을 발송,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조사 요청까지 하는 등 전방위로 대응했다. 현재 갭과 짐보리 인터넷몰은 다시 한국 직구족에게 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갭은 24시간 콜센터에 한국어 가능 상담원까지 두고 있다. 폴로랄프로렌도 국내 유통사를 위해 한국에서 발행된 신용카드 승인을 거부했지만 오히려 국내 매출 부진으로 가격정책을 바꾸고 국내 직진출로 한국 시장 대응법을 바꿨다.

한때 미국 쇼핑몰 할인쿠폰 코드를 찾아 밤새 인터넷을 뒤지던 조씨와 김씨 등은 이제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직구정보를 얻는다. 해외 결제승인이 잘 나는 신용카드를 소지한 친구에게 대리주문을 부탁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해외직구 맞춤형 신용카드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호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은 후 맞이한 호시절이다.

한슬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직구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이젠 일반적인 구매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을 찾아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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