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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합병' 메리츠증권 출범… 자기자본 1조원 시대

공격영업·파격보상 '질주 본능'… PF대출 수익쏠림은 해결 과제

기준치 넘는 실적의 50% 인센티브 제공

영업인력 확대·공정한 인사평가도 강점

"비정규직 줄이고 기업금융 의존도 낮춰야"


지난달 29일 오전9시 장이 열리자 김상철 메리츠종금증권 강남금융센터장은 사무실에 설치된 시황 모니터를 유심히 살폈다. 영업센터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추천한 종목에 특이사항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보통의 증권사들과 달리 두꺼운 결재서류나 형식적인 회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영업 직원들은 오전부터 고객들을 만나러 자리를 비웠고 주요 보고 사항은 스마트폰을 통해 그에게 전달됐다. 김 센터장은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쓸데없는 의전이나 보고 절차를 대폭 없앴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강남금융센터는 이날 아이엠투자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 기준 업계 8위에 도약한 메리츠종금증권의 조직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번 통합으로 자기자본 1조원 시대를 열었다. 6월 중 합병 신주가 발행되면 시가총액 기준 업계 5위권으로 도약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기업여신과 부동산금융, 부실채권(NPL) 부문과 아이엠투자증권의 트레이딩(매매) 부문을 융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파격적인 업무 스타일, 차별화된 보상체계, 공격적인 영업 등으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 증권사의 조직문화는 실리와 효율, 그리고 신속성으로 대변된다. 모든 업무에서 형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보고 절차는 최대한 간소화한다. 대표적인 것이 매주 2~3회 열리는 딜리뷰(Deal Review)다. 이 회의를 통해 각 사업부에서 올라온 딜의 사업성에 대해 토론하고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최희문 대표가 회의를 직접 주재하지만 이 자리에서 지위의 높고 낮음은 상관없다. 최 대표가 각종 딜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딜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쓸데없이 버리는 일도 없다. 실무자들이 최 대표와 계급장을 떼고 난상토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성과가 있는 곳에 충분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메리츠종금증권이 가진 장점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영업직군에 '신임금체계'를 도입했다. 고정급은 높고 성과급이 낮은 임금체계를 버리고 성과에 따라 수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되돌려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아울러 영업직원이 신용대출 고객을 유치할 경우 이자수익을 회사가 가져가는 대신 직원들에게 모두 돌려줬다. 업계 최고의 보상체계를 갖추니 우수한 영업직원들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대대적으로 리테일 조직을 축소하면서 3,000명이 넘는 증권맨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영업인력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리테일 영업인력은 500여명으로 업계 8위 수준이다. 1위는 1,100명의 영업인력을 보유한 NH투자증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신임금체계를 바탕으로 리테일 영업인력을 지금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려 오는 2017년께 1위 자리를 탈환할 계획이다.

공정한 인사 평가 시스템도 메리츠종금증권의 강점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좋은 사람이 모여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강조한다. 훌륭한 인재 뒤에는 좋은 평가 시스템이 있기 마련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는 대형 증권사에 흔히 존재하는 파벌이 없다. 일선 리테일 영업지점에 50대 퇴직 증권맨이 재채용되고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한 투자은행(IB) 사업 부서에 상고 출신 직원이 증권업계 최초로 영입된 것은 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실험은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1·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888억6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 분기 대비 339.8%, 전년 동기 대비 132.2% 증가한 것이다.

물론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 전체가 지나치게 성과를 따지다 보니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계약직 비중은 66.0%로 20대증권사 평균(17.6%)을 크게 웃돌고 있다.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 부문의 수익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해 메리츠종금의 순영업수익에서 기업금융이 차지한 비중은 무려 58%에 달한다. 지난해 리테일 부문이 흑자 전환한 것도 순수 리테일 영업의 회복보다는 지점 내 IB부서의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최근 메리츠종금증권이 뛰어난 ROE를 내세우며 많은 증권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익이 PF대출 등 기업금융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종금라이선스가 만료된 2020년 이후에도 지금의 수익 모델이 계속 유효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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