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는 지난 8일 97건, 344억5,949만원을 삭감한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추가경정예산안을 최종 의결했다. 충남도의회는 삭감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당초 도의회가 삭감하겠다던 800억원 규모에 비해 줄어든 액수다.
이번 도의회의 예산삭감으로 충남도는 일부 사업의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내포신도시 복합커뮤니티 건립사업비를 비롯해, 소규모 체육시설 보강사업비, 비수도권 기업이전 보조사업비, 학교급식 식품비, 초등학생 무상급식지원비, 국방대 진입도로 확포장 사업비 등이 삭감됐다.
도의회는 예산을 삭감한 이유로 불요불급한 사업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도는 기업이전 보조금이나 급식비 등은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었다고 주장한다. 두 쪽 다 일리 있는 말일 것이요 그렇게 절충을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번 삭감이 합리적 논의와 심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름 아닌 도지사와 지방의회 의원 간 대립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방의원들을 위한 포괄사업비(재량사업비) 폐지에서 비롯된 힘겨루기가 결국 단체장의 시책사업비 삭감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급한 예산까지 금고에 묶이는 사태를 야기한 데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전시 대덕구와 대덕구의회 간 대립 또한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더해 지역 주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대덕구의회가 지난달 24일 229억원 규모의 추경안 예결위 심사에서 5억여원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시작된 대덕구와 대덕구의회, 주민 간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예산삭감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의회본회의장 점거, 의장과 부의장의 사퇴, 대덕구와 대덕구의회의 책임공방 등이 이어지면서 파행이 언제 마무리될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고 1995년 민선 단체장이 선출되면서 본격화된 지방자치.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이 돼야 할 지방자치가 시간이 갈수록 또 하나의 지역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뽑은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해 서로 힘겨루기에 나서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지방자치에 대한 대수술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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