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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2월 9일] 또 한해를 넘기는 SSM 갈등

생활산업부 박현욱차장 동네가게 주인들에게 2010년은 유달리 힘든 한 해였다. 생면부지인 이들과 허구한 날 멱살잡이를 해야만 했던 대기업의 슈퍼마켓(SSM) 담당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양측 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싸움은 지난달 무분별한 SSM 진출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두 개의 법이 통과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랫동안 통과되기를 고대해왔던 탓에 영세상인들이 SSM 규제법을 큰 방패막이로 느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규제법의 근간인 사업조정제도는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법 시행만으로 영세상인과 대기업 간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어딘지 모자란 구석이 있다. 가령 어느 동네에 SSM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면 중소상인단체가 중소기업청을 통해 대기업에 사실 여부를 묻는 사전조사 신청제도가 있는데 지난 7월 이후 최근까지 16개월 동안 중기청에 접수된 신청건수는 고작 1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에 SSM이 110여곳 이상 늘어났으니 열에 아홉은 슈퍼주인들이 까맣게 모르고 SSM 개점을 손 놓고 바라보기만 했던 셈이다. 사업조정은 말 그대로 양측 간의 이해조정을 거치는 과정이다. 사전조사 신청도 일단 SSM이 개점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영업 일시정지를 권고할 수도 없으니 그전에 약자인 중소상인들에게 시간적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조정과정이다. 어이없이 당하면 뿔이 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면 더욱 그렇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지자체나 중기청은 영세상인들의 조직·정보력의 열세만 탓한다. 상대방을 파악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으니 당연히 양측의 대치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무늬만 가맹점인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이 통과됐지만 유통업체들이 또 다른 형태의 가맹사업을 들고 나와 골목상권에 진입할 경우 과연 예전과 같은 분쟁이 사라지리라 예상할 수 있을까. 현재 법상으로는 대기업들이 지자체의 사업 일시 정지권고를 무시하고 개점하더라도 이렇다 할 제재수단도 없다. 서울 지역만 따져봐도 10여곳에서 여전히 SSM사업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상황도 그대로다.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만들 수 있는 제도개선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 시행 이후에도 또 다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만 무성할 게 분명하다. 슈퍼 주인들과 대기업 간의 피 말리는 전쟁이 또 한 해를 넘기고 있다.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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