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시아권에서는 영화의 산업화와 시스템이 가장 선진화돼 있는 나라이고 할리우드의 문화 패권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문제와 중국 영화 발전 정책 등에서 배울 점이 많고 앞으로도 협력하는 사례가 더 늘어나리라 기대합니다."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의 영화기업 완다미디어의 정젠펑(鄭劍鋒·47·사진) 부대표는 한국 영화의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일부터 이틀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4회 KOFIC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최근 영화계의 화두인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평소 한국 영화 제작자·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기에 6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여러 기업들을 방문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본 한국영화는 '암살'인데 전지현씨의 매력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홍콩에서 전지현씨가 나온 합작영화들을 몇 편 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죠. 성숙한 영화 산업 속에서 우수한 감독이 실력을 발휘했기에 배우가 작품 속에서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바로 한국 영화의 강점이겠죠"라고 밝혔다.
정 부대표는 "더 큰 장점은 주류 영화뿐 아니라 대중화되지 않은 영화도 그 나름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일례로 저는 한국의 이창동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쪽도 크지는 않지만 분명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능력 있는 감독과 제작진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그 만큼 시장이 다양하다는 뜻도 되겠죠"
2011년 출범한 완다미디어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폴리스 스토리 2014', 한국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 버전 '달려라 형제'의 극장판 등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며 중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완다가 여타 5대 중국의 영화 기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다양한 비즈니스를 아우르고 있는 완다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이라며 "그룹 차원에서도 많은 기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여러 나라와 글로벌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언젠가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제작자 및 기업과의 협업도 많다. 일례로 배우 유덕화가 출연하는 영화를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과 함께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제규 감독 또한 내년 초 완다가 투자·제작한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그는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 가운데서도 유독 한국과의 협력이 자주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문화적·역사적 유사성'과 '한류 스타들의 인기'를 꼽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선진화된 영화 시스템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 중국의 영화 산업은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한국이 한 발 더 앞서 있기에 중국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과 유사하다고 해야겠죠.
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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