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유럽ㆍ일본 등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신흥시장이 국제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선진국이 줄줄이 금리를 인상하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위축으로 아시아태평양이나 동유럽 국가에서 자본이 급격하게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 국가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해외 차입으로 메우고 있는 데도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처럼 외채의 만기 불일치, 느슨한 금융감독 체계 등 시스템 리스크를 안고 있다. 25일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해외 차입이 급증한 신흥국들이 금융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외 금융기관의 경고음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자금줄인 선진국의 금리가 급등하거나 신흥국가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는 물론 대규모의 자금유출로 금융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세계은행ㆍ국제금융연구소(IIF)ㆍ옥스포드분석원(OA) 등의 지적이다. 이는 신흥시장국의 해외 차입액이 단기간에 급증했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98년 이후 최저치 수준을 이어가는 등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 IIF에 따르면 신흥시장국의 민간자본 순유입액은 지난해 5,529억달러로 2005년 3,451억달러보다 60.2%나 늘었다. 이 같은 해외 차입은 유럽 신흥시장과 아태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지난해 민간자본 순유입액은 각각 2,361억달러, 2,230억달러에 이른다. 그만큼 이들 국가의 금리 및 환율변동 위험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회사채가 해외통화로 표시된데다 만기도 3~5년으로 비슷해 해외 차입이 대거 이뤄지면 금융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반면 신흥 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금융감독 체계가 느슨해 위기발생 때 대응능력이 떨어진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은행도 최근 헝가리ㆍ카자흐스탄ㆍ러시아ㆍ우크라이나ㆍ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등 유럽연합(EU) 내 신흥국들의 은행이 해외차입 및 환 위험을 급속도로 높이고 있어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원섭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 팀장은 “아직 가능성은 낮지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 신흥시장국에 유입된 해외자금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이탈할 수도 있다”며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해외자금 의존도가 높고 외채가 많은 동유럽 신흥시장국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신흥시장 내부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차롱폽 수상칸 태국 재무장관 등은 아시아 금융위기 10주년을 맞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회의에 참석해 아시아로 들어가는 현금 확대에 따른 자산 버블이 금융 위기의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롱폽 장관은 “자산 급등을 그대로 둔다면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시장의 자율 조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의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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