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득권 버리고 희망을 찾았어요"

파업종료 100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가다<br>노조 전임자 절반 줄이고… 간부들은 잔업수당도 반납<br>국내 車업계 첫 '근태카드' 만들어 구내식당 이용 늘고 월차는 줄어<br>전직원 노력에 품질가동률 향상 차량들 불량품도 제로에 가까워

쌍용차 점거농성 사태가 해결 된지 100일을 앞둔 지난 5일 오후 사내 구내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려는 직원들로 붐비고 있다. /평택=이호재기자


SetSectionName(); "기득권 버리고 희망을 찾았어요" 파업종료 100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가다● "파업은 해결책 못돼…이젠 일할 맛 나고 품질도 좋아져"힘들어도 불평하는 사람없어전직원 특근·잔업도 자발적 참여작업장마다 품질 가동률 '쑥쑥' 평택=윤종열기자 yjyun@sed.co.kr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쌍용차 점거농성 사태가 해결 된지 100일을 앞둔 지난 5일 오후 사내 구내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려는 직원들로 붐비고 있다. /평택=이호재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노조 전임자 수를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잔업수당도 반납했습니다. 노조부터 솔선수범해 과거의 얼룩진 이미지를 씻겠습니다." "업무강도가 예전에 비해 훨씬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출근해서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입니다. 열심히 일해 반드시 회사를 살려놓겠습니다." 쌍용차가 오는 13일이면 77일간의 공장점거 파업을 끝낸 지 100일을 맞는다. 지난 5일 파업완료 100일을 앞두고 다시 찾은 쌍용차 평택공장은 불과 3개월여가 지났지만 노정 간 극한대치를 벌이던 당시와 완전히 달라졌다. 연일 뒤덮이던 검은 연기와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던 스피커 소리는 멈추고 대신 그 자리를 활기차게 일하는 근로자의 땀과 몇 초에 한대씩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각종 기계 소리가 차지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희망제로' 상황에서 다시 한번 해보겠다는 '꿈'이 싹트고 있었다. 쌍용차의 환골탈태는 완성차 노조 가운데 가장 강경했던 쌍용차 노조가 이끌고 있다. 노조는 지난 77일간의 파업종료 후 3개월에 걸쳐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다. 비록 16일 회생계획안이 부결됐지만 이들이 탈바꿈한 모습을 보면 쌍용차의 회생이 꿈은 아닐 것 같았다. 간부급인 노조 전임자는 지난 여름 77일간의 파업사태 전 64명에서 현재 36명으로 절반가량 대폭 줄었다. 이들은 또 평소 연 65시간씩 기본적으로 받던 잔업수당(OT)마저 전부 반납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7월 쌍용차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조합원 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36'명은 전적으로 노조 활동만 하는 최소한의 인원보다 더 적은 규모"라며 "특히 노조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회사 내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노조 전임자 수가 지난해 말 현재 1만583명에 달하는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노조 간부들은 파업 종료 이후 "실질적으로 일한 만큼만 받겠다"며 월 70만원, 연간 840만원에 달하는 잔업수당을 내놓았다. 노조 전임자만의 가장 큰 혜택을 포기한 셈이다. 자동차 업체의 경우 잔업수당이 임금과 직결된 만큼 이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기아차의 경우 올 들어 노조가 잔업하지 않고도 수당을 받는 관행이 폐지되자 지난 여름 월급제로 사실상의 잔업수당 보전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현대차 역시 노조 전임자에게는 일반직원들처럼 잔업과 특근수당 등을 포함해 평균 연봉 6,600만원(월 550만원), 연간 137억원 규모의 돈이 지급되는 형편이다.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취임하면서 임기 중 노조위원장에게 지급되는 회사 차량(렉스턴) 및 유류비도 서슴없이 반납했다. 이는 강경한 것으로 유명한 완성차 노조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것으로 평가되던 쌍용차 노조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일로 노조위원장이 솔선수범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과거 노조의 얼룩진 이미지를 씻겠다는 굳은 의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회생계획안이 비록 부결됐지만 쌍용차 회생을 위한 노사의 동반자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부결은 됐더라도 노조의 역할과 책임은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회생을 위해 노조가 앞장서고 있다면 근로자들은 뒤에서 '땀'으로 밀고 있다. 이날 오전7시50분께 차체공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파업사태 이후 쌍용차 회생이 집회와 농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한 듯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김상원(47)씨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잔업과 특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예전에는 근로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기피했으나 이제는 모두 자청해 즐겁게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업무강도가 예전에 비해 훨씬 강해졌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름 밝히기를 원하지 않은 이모(43)씨는 "평일 잔업과 토요일 특근으로 입술이 터졌지만 그래도 출근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피곤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정확해졌다고 했다. 이제는 출근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회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직원들이 출근시간보다 일찍 회사에 나오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이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된 배경에 대해 "파업사태 이후 뼈아픈 자성을 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는 위기상황을 겪고 나니 대충 일하고 많이 챙길 궁리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회사는 아직도 회생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도장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휘발성 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77일간의 파업사태 때 이 건물은 화약고로 통했다. 시너 등 엄청난 규모의 휘발성 물질이 적재돼 화재가 날 경우 공장 전체가 불바다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장공장 건물은 농성 파업 근로자들이 본부이자 마지막 보루로 삼았던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장악하려는 경찰과 사수를 고집하는 파업 근로자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었다. 하지만 이 공장의 내부는 평온 그 자체였다. 깨끗하게 정리된 작업장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근로자들이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쌍용차에서 24년간 근무했다는 이선구(47)씨는 "회사에 대한 인식변화로 품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자랑했다. 그는 쌍용차 사태에 따른 직원들의 변화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도장공장에는 모두 316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이곳 직원들은 다른 작업장과 달리 일주일에 화·목요일 등 이틀을 쉬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예전의 옳지 못했던 작업행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쌍용차 사태 전에는 현재와 비슷한 양의 일감인데도 임금을 많이 받기 위해 일주일 내내 일할 수 있도록 일감을 쪼갰다. 하지만 지금은 집중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할 수 있는 일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씨는 "도장공장은 물과 가스ㆍ전기 소비량이 많은 곳이다. 자동차 공장의 전체 비용 가운데 80%를 차지한다"며 "사측과 근로자가 합의해 이 같은 업무형태를 바꿨으며 회사로서는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매서운 '독수리눈'을 하고 있었다. 좁쌀만한 하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립공장에 들어가봤다. 직원들의 열기가 뿜어져나왔다.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반팔 차림으로 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볼트와 너트를 조이고 점검하는 눈과 손이 기계처럼 움직였다.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성재(44)씨는 "생산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던 직원들이 이제는 휴식시간에 밖에서 흡연을 한다"며 "20년 넘게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직원들의 변화된 모습에 스스로 놀란다"고 말했다. 점심 등 식사시간 준수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예전에 점심시간 30~40분 전부터 식당으로 몰려들어 업무시간이 자동적으로 단축되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졌다. 특히 거의 모든 직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이 때문에 쌍용차 인근 식당들은 손님들이 너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들의 월차사용 문화도 바뀌었다. 파업사태 전에는 하루 전날 월차를 사용하는데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빠져 일이 잘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김씨는 "파업사태 전에 조립공장에서 일했던 직원 480여명(현 350여명) 가운데 매일 월차를 내고 나오지 않은 직원이 50여명에 달했다"며 "월차예고제를 사용하면서 월차를 내는 직원이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전 직원이 구슬땀을 흘리는 덕에 품질가동률은 매우 높아졌다. 김씨에 따르면 예전에는 품질가동률이 75~80%선에 머물렀으나 현재는 98%에 달한다. 차량 불량품은 제로에 가깝다. 파업사태 전에는 260대의 차량을 생산하면 사이드 차(하자 차)가 30~40대나 됐으나 지금은 1~2대에 불과하다. 직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직원들은 자동차 조립을 하면서도 다른 하자까지 살펴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비록 6일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됐지만 희망이 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쌍용차 직원들은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