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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관료주의 법관 인사' 또 논란

'승진 탈락=퇴진' 관행에 경륜있는 부장판사 잇달아 법복 벗어<br>법원행정처 중심 인사체제로 법관지위 '흔들'<br>임기10년후 재임용 시스템도 규정없어 허울뿐<br>"현업 평생 종사 할수있는 수평적 인사구조 필요"


2월초 단행된 고위 법관 인사 후폭풍으로 경륜과 능력있는 부장판사들이 잇달아 법복을 벗으면서 또다시 대법원 인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있다. 사법부의 관료주의 분위기 속에 일반 행정조직처럼 ‘승진 탈락=퇴진’이라는 등식이 고착됐고 이에 따라 수십년간 사법 역량을 쌓아온 독립 법관들이 하루아침에 판사직을 내던지고 있는 것. 특히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승진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던 사시 24회 부장판사 30여명중 70% 가량이 탈락하면서 일부는 이미 사표를 냈고 상당 수가 연쇄적으로 법복을 벗을 전망이다. 공판중심주의 등 사법개혁 추진으로 가뜩이나 법관이 부족한 터에 경륜있는 선배 법관을 방출함으로써 커다란 국가적 손실을 야기하고있다는 지적이다. ◇관료주의 본산, 법원행정처=이같은 폐해는 전국 법관의 인사를 좌지우지하고있는 법원행정처 중심의 관료주의 시스템에서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40여명의 법관이 배치돼 인사부터 시설관리 등 사법 행정 전반을 다루고있는 법원행정처는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 승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요직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법원행정처 중심의 중앙집중식 인사체제가 사법부내 뿌리깊은 서열식 관료주의를 만들어내면서 독립되고 안정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할 법관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며 “각급 일선 법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1심과 2심 법원은 대법원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인 인사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 인사 구조를 만들어 능력있고 명망 있는 판사들이 현업에 평생 종사할 수 있는 인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울뿐인 재임용 절차=인사 체계와 함께 헌법상 ‘법관 임기 10년’ 조항에 따라 실시하고있는 ‘법관 재임용’ 시스템도 허점 투성이란 지적이다. 헌법에 따라 법관의 임기는 10년이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연임할 수 있다. 10년을 평가한 후 함량 미달인 법관은 재임용하지 말라는 게 입법 취지다. 하지만 법관 연임의 절차 등을 규정한 법률이 없는 터라 대법원장이 대법원 규칙에 따라 사실상 자동 연임시키고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 지난 72년 헌법조항 신설 이후 단 3명이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이에대해 법원 관계자는 “재임용에 즈음해 문제가 있는 판사들이 대부분 자진 사표를 내기 때문에 재임용 탈락자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에 재임용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 및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 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재임용이 요식행위에 그치고있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의 A 변호사는 “헌법에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하고 법률에 따라 연임할 수 있다고 돼있는데 연임 절차 등을 규정한 법률을 만들지 않고있는 입법 부작위 상태가 지속되고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는=미국은 주 법관의 경우 대부분 특정 임기의 선거로 뽑히기 때문에 우리처럼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또 1심 2심 법원을 포함해 전국 각급 법원의 인사를 독점하고있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연방, 주법원은 물론 각급 법원이 인사 문제에 있어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즉 주 법원을 거쳐 승진해 연방 법원으로 가는 게 아니고 한번 주 판사이면 평생 주 판사로 일하게 된다. 본분인 판결에만 힘쓰면 되고 우리처럼 때만 되면 인사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사법체계를 갖고있는 일본도 법관이 승진에 연연하지않고 평생 현업에 열중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주고 있다. 일본 판사는 모두에게 공관(公館)이 주어지고 월급도 연한이 높을수록 변호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급되고있어 사실상 종신직으로 여겨지고있다. 일본에서는 이에 따라 판사를 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사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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