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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도미노, 환율전쟁 어디까지] <상>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

'태풍의 눈' 中마저 본격 가세땐 글로벌경제 '블랙스완' 현실화

올들어 16개국 금리 인하 스웨덴 등도 시기 저울질… 中 위안화 절하 배제못해

환율 변동성 높아지면서 자금이동·기업투자 부담

미 출구전략 들어가면 신흥국 금융시장 큰타격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4일 기습적으로 지급준비율을 인하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은 중국의 통화완화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로 지준율과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며 위안화 절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올 들어만 전 세계 16개국이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을 단행했으며 이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그동안 한발 비켜나 있던 중국마저 환율전쟁에 가세한다면 다른 나라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대신 수요를 빼앗아오기 위한 '치킨게임'의 양상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환율전쟁이 세계 경제에 '블랙스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미노 금리 인하=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마니아중앙은행(BNR)은 이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25%로 올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0.25%포인트 인하했다. 또 로이터에 따르면 1월1일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루마니아, 스위스, 인도, 이집트, 페루, 터키, 캐나다, 유럽중앙은행(ECB), 파키스탄, 싱가포르, 알바니아, 러시아, 덴마크, 호주, 중국 등 16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제로금리로 금리 인하의 여력이 없는 일본은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노르웨이·스웨덴·폴란드도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반면 주요국 가운데 금리를 올린 나라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브라질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과거 일본·ECB가 주도하던 환율전쟁이 선진국·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또 이들 국가는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환시장에도 속속 개입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유로화 약세로 크로네화 절상 압력이 커지자 환율 하한선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 163억4,000만달러를 매입했다. 노르데아뱅크는 "크레네화 강세가 유지될 경우 외환시장 개입과 추가 금리 인하는 물론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3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뉴질랜드달러가 추가로 크게 절하되기를 기대한다"며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환율 전쟁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4일 지준율을 2012년 5월 이래 처음으로 인하한 데 이어 올해 안으로 3~4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올해 7% 성장률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이 위안화 약세 유도를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글로벌 경제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위안화 하루 변동폭을 기존의 2%에서 두 배로 확대하고 고시환율을 조정해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데이비드 우 전략가는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중국마저 환율전쟁에 뛰어들면 세계 경제에 블랙스완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로섬' 아닌 '모두가 패자'될 것=흔히 통화 약세 유도는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beggar-thy-neighbor)' 정책으로 불린다. 제한된 세계 시장을 놓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대다수 국가가 통화 절하 경쟁에 들어가면서 모두가 패자가 되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금 이동, 기업 투자 등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BAML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외환변동성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20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우 전략가는 "변동성이 높아지면 기업 외환 헤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출 기업의 수익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캐리트레이드 자금과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세계 무역 감소로 상대방 국가의 경제에 서로 충격을 주면서 동반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에 그치면서 2009년 10월 이래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더구나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거품 증가 등의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부채는 2007년 4ㆍ4분기 142조달러에서 2014년 2ㆍ4분기 현재 199조달러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69%에서 286%로 17%포인트 뛰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올해 안으로 출구전략에 들어갈 경우 신흥국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면서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라구함 라잔 RBI 총재는 4일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 들어오는 투자가들은 쉽게 떠날 수 있다"며 "달러를 단기로 차입하는 행위는 러시아 룰렛과 같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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