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8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 정부가 5% 기준을 고집하면 북한 당국과의 타협이 안될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에 북한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연한 자세로 임금 문제를 빨리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선 조항을 삭제했다. 올해 2월에는 월 최저임금을 3월 지급분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개성공단 임금 문제는 북한의 주권에 속한다는 논리에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남북 간 합의 위반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 양측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북한 당국 관계자와의 면담 경험 등을 근거로 임금 문제의 장기화를 예상했다. 그는 “지난 5월 개성공단에서 북한 당국 관계자를 만나 타협안으로 ‘2015년 3~4월 급여에 대한 소급 적용’을 제시했으나 이 관계자는 ‘3월 1일부터 계속되는 것(임금)’이라고 반박했다”며 “오는 10~20일 지급기간이 다가오는 5월분 임금도 해결되지 않을 것을 예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당국도 임금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식하는 것 같지만 지금은 대화할 시기가 아니라고 북한 언론(노동신문 등)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은 지난달 22일 개성공단 임금을 기존 기준대로 지급하되 3월 1일부터 발생한 임금의 차액과 연체료 문제는 차후 협의 결과에 따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정 회장은 임금 문제 해결 지연에 따라 일각에서 개성공단 운영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은 개성공단이 당초 계획대로 개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불만을 갖고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이기 때문에 임금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너무 정치적 시각에서만 접근하니 풀리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고 우리 정부에 전향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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